정치권이 재벌개혁과 보안법개정문제를 둘러싸고 색깔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경영투명성제고, 재무구조개선 등 재벌개혁 5대원칙을 추진해 온 정부가 8·15경축사를 통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분리, 변칙상속차단 등 3개 원칙을 새로 추가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자문그룹 멤버들이 인적청산론과 재벌해체론을 제기하면서 가세, 마치 우리사회에 보혁(保革)갈등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재벌개혁에 대해선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방만한 차입경영과 선단식(船團式) 확장으로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재벌개혁은 진화론적 입장에 비중이 두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벌의 폐해를 극소화하되 그동안 재벌이 담당했던 성장과 고용, 수출기능은 살리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때 현 정권의 재벌개혁은 급진적이고 위험하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역설한 「서민과 중산층 중심사회 건설」은 내년 총선용이란 시각도 많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빈부격차가 있게 마련이다. 정부가 사회안정을 위한 중산층의 육성은 당연하며 이는 시장경제의 본질이다. 하지만 야당의 지적대로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나온 발상이라면 위험하기 그지없다. 여권이 추진하는 보안법개정도 시급한 사안인지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햇볕정책에 맞도록 개정한다지만 야권은 북한의 대남전략노선이 요지부동인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여야 어느 쪽도 뚜렷한 이념이나 정책으로 차별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여권의 경우 기층(基層)민중 대변인사와 정통보수를 자처하는 사람이 손을 잡았으니 뚜렷한 이념이 나올 수가 없다. 야당도 기본적으로는 중도보수를 표방하지만 개혁진보성향 인사도 있다. 이처럼 현재의 우리정당은 이념적 스펙트럼이 오버랩되고 정체성도 모호하다. /조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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