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관한 논란은 일차적으로 등급보류 결정이 적절한가에 대한 것이지만, 감독이 장선우이고 제작사가 「신씨네」라는 점이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등급보류 결정은 나름의 기준에 따른다. 심의위원들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등급분류 규정이 정하고 있는 사항에 적합한가, 아닌가를 가리는 것이다.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을 미성년자로 설정하고 있으며 변태적 성행위의 나열과 거친 대사 등이 현재 등급분류 기준으로는 수용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감독이 장선우라는 점은 등급분류에서 특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니었다. 기준은 어떤 영화나 공평하게 적용하는 것이지 감독이 누구인가에 따라 늘어 나거나 줄어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의적 적용이며 그때는 기준이나 제도 자체가 무력해지는 것이다. 유명한 감독이 만들었거나 예술적 요소가 있다고 양해하고, 그렇지 못한 영화에 대해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법이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을 특별우대하고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은 차별대우하는 것과 같은 모순을 저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시마 나기사(大島渚) 감독이 만든 일본영화 「감각의 제국」은 충격적인 소재와 더불어 뛰어난 완성도 덕분에 세계적 화제작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많은 부분을 감추고서야 상영할 수 있었다(그래서 일본판과 국제판은 다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아이스 와이즈 샷」 역시 미국에서 일반극장에 상영하지 못하며 광고도 금지되는 「NC_17」(이전 X등급)을 피하기 위헤 일부장면을 가렸다. 그의 「시계태엽 오렌지 장치」는 영국에서 상영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거짓말」이 베니스영화제 본선에 올랐다는 점을 들어 당연히 등급을 부여해야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또한 영화제의 평가일 뿐, 우리의 기준은 아니다. 개인적 평가로는 「거짓말」같은 영화를 평가한다면 베니스영화제의 수준을 오히려 의심하겠다. 기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한 기준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조희문 (상명대교수/영화등급분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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