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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질주」- 젊음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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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질주」- 젊음의 초상화

입력
1999.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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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가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심장이 터질 듯한 순간까지 달려 본 적이 있는가. 그 고비를 넘겨본 적이 있는가. 죽을 것 같은 그 순간을 지나면 「달음박질」은 존재의 증명이자 삶의 증거가 된다.청춘영화는 청춘 소비자들을 위해 고안해 낸 좋은 기획상품이다. 호러, 스릴러, 코미디 모두 청춘들과 교배를 시도했다. 그게 세계적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트」 「태양은 없다」를 통해 정우성은 젊은 우상이 됐다. 그러나 독립영화 출신인 이상인의 청춘영화 「질주」(28일 개봉)는 이들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바보들의 행진」류에 속한다. 세월을 거슬러 영화는 도입부와 몇 장면을 빼곤 제목과 달리 좀 느리다. 이 영화의 약점이자 강점이다.

에덴빌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네명의 젊은이는 우리시대 신세대의 표본집단이다. 평일엔 일식집에서 가운을 입고, 주말엔 경마장에서 곰인형을 뒤집어 쓰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상진(이민우), 록밴드 「선인장」의 기타와 보컬을 맡으며 낮에는 록카페에서 일하는 바람(남상아), 바람에게 미쳐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오렌지족 승현(김승현), 서울 법대 출신으로 고시에 떨어지고 비디오방에서 일하는 선우(송남호).

모두 스물세살이다. 승현이 마련한 아르바이트 단합 대회에서 넷은 처음 마주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얽혀있다. 선우는 여고생으로 접대부 생활을 하는 상진의 여동생 상희(이혜련)와 잤고, 상진과 승현은 둘 다 바람을 좋아한다. 그들에게는 꿈이 있다. 상진은 「차에 대학생 여자친구를 태우고 신나게 달려보는 게 소원」이고, 승현은 부모가 반대하는 그림공부를 하고, 선우는 고시에 붙어 폼나게 살고, 바람은 진정한 록커가 되고 싶다.

그러나 꿈은 꿈이다. 현실은 그들의 꿈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바람이 이끄는 언더밴드는 해체 직전이고, 승현은 아버지가 병역기피를 위해 미국행을 강요한다. 선우는 상희의 임신으로, 바람은 「변신」을 요구하는 프로제작자 때문에 갈등한다. 영화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우리 땅에 살아가는 인생이고, 그 인생에 던져진 무게에 시달리는 인간이라는 점을 직시한다.

록카페, 비디오방, 고시원 등 젊은이의 공간현장에서 핸드 헬드(카메라를 어깨에 메고)로 찍은 화면은 생생하다. 한 씬에 10컷이 넘는 빠른 화면전개와 터널 불빛을 달아오른 코일처럼 찍어낸 촬영기법도 인상적이다. 잘 빠진 외제차가 아닌 중고 오토바이를 타고 젊음을 질주하는 「질주」. 설득력이 부족한 파국적 결말, 신인의 어색한 연기, 연출력에 아쉬움은 있지만 힘이 있고, 인생이 있다. 올해 캐나다 벤쿠버영화제(9월24일~10월10일) 경쟁부문인 드래곤즈&타이거스 진출작. 오락성 ★★★☆ 예술성 ★★★☆ ★5개 만점, ☆은 1/2 한국일보문화부 평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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