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새로운 얘기가 어디 있을까. 이미 익숙한 내용을 트렌디 배우에게 맡기는 것보다 상업적으로 더 쉬운 방법은 없다.실생활에서는 앙숙이지만, 사이버세계에서는 궁합이 너무나 잘 맞는 멕 라이언과 톰 행크스의 이야기 「유브 갓 메일」(감독 노라 애프런).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이 40년에 발표한 「코너의 상점(The Shop Around Corner)」를 리메이크 한 것이다. 선물가게 주인 제임스 스튜어트가 한 눈에 반한 마거릿 설리반은 알고 보니 펜팔 상대였다. 편지 대신 E메일, 사장과 종업원 대신 대형서점 사장과 소형서점상으로 버전업됐다.
히치콕만큼 리메이크 대상이 많이 된 감독도 없다. 「싸이코」 「퍼펙트 머더」는 최근에도 다시 나왔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싸이코」는 히치콕에 대한 「경배」(오마쥬·homage)의 차원이다. 리메이크는 반대로 존경하는 선배의 영화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기도 하다. 존 카펜터는 SF 호러의 고전인 크리스천 리비의 「괴물」(51년)을 82년에, 가장 존경하는 하워드 혹스 감독의 「리오 브라보」를 「분노의 13번가」(76년)로 현대화, 원작 못지 않은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의 「퍼펙트 머더」(감독 앤드류 데이비스)는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54년)의 스릴만 따와 기네스 팰트로와 마이클 더글러스로 화려하게 포장했으나 암울한 원작이 갖는 독특한 미학은 도망갔다. 잭 피니의 소설 「Body Snatchers」가 원작인 「신체강탈자의 침입」(56년)은 78년 필립 카우프먼, 93년 아벨 페라라가 「바디 에이리언」으로 리메이크했다. 50년대는 공산주의자, 90년대는 AIDS로 「신체강탈자」를 은유했다. 갈수록 질이 떨어졌지만, 원작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비디오로 인기있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멋대로 해라」와 리처드 기어 주연의 「브레드레스」, 「마틴기어의 귀향」과 「서머스비」, 「니키타」과 「니나」는 모두 앞의 프랑스 영화를 할리우드가 리메이크한 사례. 대부분 할리우드 산의 수준이 떨어지지만 「니나」는 비교적 수작에 든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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