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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본질 제쳐두고 언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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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본질 제쳐두고 언쟁이라니...

입력
1999.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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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을 둘러싸고 말들이 무성하다. 「강력한 재벌 개혁」 「재벌 해체」 「인적(人的) 물갈이론」 「색깔론」 「진검(眞劍) 승부론」 「선단식 경영 종식」등 어지러울 정도다. 며칠전 김대중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재벌 개혁을 연말까지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재벌 개혁이 본격화해야 하는 시점인데도 마치 처음 시작할 때와 같은 분위기인데다 본질과는 관련이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또 논쟁만하다 재벌 개혁이 용두사미가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재벌 개혁이란 특히 우리가 IMF체제에 진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서 재벌 문제가 제기돼 그것을 고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벌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인데, 왜 그렇게 복잡하고 관념적인 수사(修辭)가 필요한지 국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김대통령 경축사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해명과 김태동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의 국민회의 정책세미나 강연 원고 수정·삭제 파동, 정치권의 색깔 논쟁만으로도 국민들은 식상해 하고 있는데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인 황태연 동국대교수도 한 정치조직 초청 강연에서 재벌체제와의 진검승부를 통해서만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며 가세했다. 김대통령은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재벌 개혁은 재벌 해체가 아니라 선단식 경영을 종식시키고 업종전문화를 이루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벌 개혁이란 대통령도 몇번이나 토로했듯이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인지 각종 말들이 쏟아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공인(公人)은 말을 삼가야 할 때와 장소가 있다. 정부의 정책방향 결정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황교수의 발언에 대해 자문위원이 정부 대변인이나 정책결정자는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받아들이는 측에서는 그렇지 않다. 특히 25일 재벌총수들이 참석하는 정·재계 간담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잇따른 돌출식 발언은 법과 제도 및 합의에 의한 재벌 개혁 추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벌 개혁이라는 것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나 파문을 일으키는 소모적인 행동들은 오히려 개혁 저항세력에 시간을 주고 빌미를 제공해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재벌 개혁의 당위성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니만큼 얼마든지 조용하고 내실있게 추진할 수 있다. 거친 표현과 너무 민감한 반응은 모두가 삼가야 한다. 말보다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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