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해의 파이프라인을 잡아라』카스피해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보내는 파이프라인 루트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발단은 러시아가 흑해를 관통, 터키로 연결하는 가스 파이프라인 계획을 추진해 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를 우회하는 다른 루트 개발을 시도하면서 비롯됐다.
러시아 외무장관은 18일 미국이 러시아-터키간 파이프라인 설치계획인 이른바「블루 스트림」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의 방해 전략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천연 가스를 수송하려는 우리측 계획이 이 지역의 정치·경제적 독립을 해칠수 있다는 미국측 주장에 우려하고 있다』면서『그같은 미국의 방해전략이 오히려 상업적 자유와 윤리는 물론 양국관계를 위험에 빠뜨리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스피해는 현재까지 확인된 양만 하더라도 280억 배럴의 원유와 6조5,600억㎥의 풍부한 천연가스가 매장된 21세기 마지막 석유자원의 보고. 때문에 송유관과 가스관이 어느 나라를 통과하느냐에 따라 「통행료」등 막대한 정치·경제적 이권이 걸려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가스 파이프라인 장악을 통해 영향력을 차지하려는 러시아와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간의 보이지 않는 「가스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추진중인 블루 스트림은 가스저장소가 있는 이조빌로이로부터 흑해를 관통, 터키의 앙카라까지 가스를 이송하는 1,213㎞의 파이프라인을 설치한다는 계획. 러시아는 이를 위해 이미 97년 터키와 매년 70억㎥씩, 2010년까지 300억㎥의 천연가스를 제공하기로 합의하고 올 초 흑해의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와 터키의 삼순시를 연결하는 400㎞의 가스관 공사계약을 이태리 회사와 체결했다.
터키는 그러나 3월 투루크매니스탄으로부터 160억㎥의 가스를 사들이기로 가계약을 맺음으로써 러시아를 긴장시켰다. 또 최근에는 빌 리차드슨 미 에너지부장관이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등을 잇따라 돌면서 투르크매니스탄→아제르바이잔→그루지아→터키로 연결되는 가스관 건설을 논의하고 다니자 마침내 러시아가 발끈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측은 『미국은 러시아의 블루 스트림 계획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카스피해를 관통하는 별도의 가스관을 건설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핵심을 피하고 있고 일부 전문가들은 흑해가 가스관을 설치하기에는 너무 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러시아를 더욱 흥분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이 지역을 관통할 가스관의 최종루트가 어느쪽으로 결정될지 불투명해 양측의 신경전이 주목된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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