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증권사들의 자율결의 형식을 통해 수시입출금식 수익증권인 머니마켓펀드(MMF)의 환매를 묵인한 것은 정부의 신뢰도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는 증권·투신사 사장단들이 12일 밤 수익증권 환매제한 결의를 한지 불과 1주일도 되지 않아 원칙을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LG증권이 먼저 MMF 전액 환매 방침을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MMF 전액 환매 요구 여론에 대해 『MMF는 다른 수익증권과 차이점이 없어서 이를 허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금감위는 하루전인 17일에는 만기도래 수익증권 및 MMF의 환매허용 방침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부인하는 소동을 벌였다.
그러나 금감위는 18일 증권·투신업계가 개인고객에게 환매를 해주기로 결의하자 『손실을 떠안으면서 환매를 해주겠다는 업계의 자율결정은 고객에게 좋은 것이어서 이를 막을 필요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날 정부와 증권·투신업계가 그동안의 원칙을 포기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 때문. 개인투자자들은 정부가 12일 환매제한 조치에 MMF를 포함하자 『아파트중도금, 학자금 등을 잠시 넣어뒀을 뿐인데 환매제한에 포함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더욱이 대우채권 편입비율 확인과정에서 대다수 업체가 약관을 위반한 채 「투기등급」인 대우 부실채권을 개인들의 수익증권에 MMF를 편입한 것으로 드러나 개인고객들이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자 후퇴한 측면이 크다.
실제 현행 약관상 MMF에는 「투자등급(신용등급 BBB-이상)」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만 편입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업체들은 대우채권 비율을 고르게 하기 위해 멀쩡한 다른 펀드에 대우채권을 끼워넣은 사례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번 MMF 환매제한 조치 번복으로 환매가 제한된 다른 수익증권 상품 가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당장 MMF에 가입한 일반법인들이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또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서민 생계자금인 비과세가계저축, 근로자주식저축 등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환매제한 해제가 선례가 돼 앞으로도 투자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면 얼마든지 입장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가 『환매제한 해제는 전적으로 업계의 자율 결정으로 정부가 허용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한 대목도 이같은 예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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