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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한려 환타지] 한려수도 절경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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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한려 환타지] 한려수도 절경 '한눈에'

입력
1999.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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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까지 7시간, 일본까지는 겨우 2시간 반이 걸립니다 이왕 나선 것, 아예 일본까지 갔다 올까요? 여러분 어때요?』 안내방송을 하는 유람선 선장의 목소리에 흥이 실렸다 『예! 좋아요…』 입을 모아 합창하는 관광객들 모두 어린아이로 변해 버렸다한려환타지 한려수도의 장관을 돌아보는 유람선여행을 일컫는다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경남 통영을 출발, 소매물도와 등대섬, 거제 해금강, 한산섬등을 둘러보고 통영으로 돌아오는 5시간의 여정이다 유람선여행을 안일한 「유람」이라며 낮게 치는 이들도 있지만, 섬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편하게 감상하는 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마침 썰물이라 등대섬부터 갑니다 운이 좋으면 갈라진 갯벌을 따라 소매물도로 걸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50분 정도 물위를 미끄러지자 세 개의 봉우리가 막아 선다 매물도와 소매물도, 부속섬인 등대섬이다

등대섬 바위에 뱃머리만 살짝 걸치고 내렸다 아직 별다른 것이 보이지는 않는다 약간의 실망과 함께 관광객은 행렬을 지어 야트막한 언덕을 오른다 행렬의 선두가 언덕 위에 도착하면서 차례차례 탄성이 터져 나온다 회색 바위와 검푸른 바다, 거칠게 부서지는 하얀 포말… 아득한 벼랑 아래로 장관이 펼쳐진다 낚시꾼들이 바위를 배 삼아 올라타고 파도에 흔들리고 있다 고개를 들면 소매물도의 절벽 해안과 불쑥 솟아오른 오륙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소매물도행 길은 이미 물에 잠겼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려 사람을 보냈다는 소매물도는 온통 그림같은 한려수도에서도 으뜸 경관으로 꼽힌다 이 섬은 15년전 개인 소유가 됐다 그래서 원주민들은 모두 떠나버리고 지금은 17가구만이 고기잡이를 위해 남아 있다 「돈이면 용왕님의 앞마당도 살 수 있구나」 좋은 경치를 봤지만 마음은 착잡했다

『배멀미에 특효가 있는 마른 오징어와 커피가 준비돼 있습니다 오늘은 멀미에 강한 손님만 탔는지 영 안나가네요 아낌없는 이용을 바랍니다』 매물도에서 해금강으로 가는 40여분간 선장은 쉼없이 주변을 설명하면서 틈틈이 「약」을 판다 유머를 담은 장삿속이 밉지 않다

조물주가 돌반죽을 가지고 놀았다 구멍을 뚫기도 하고 칼로 잘라보기도 하다가 맘에 안 들었는지 거제도 앞바다에 버렸다 상처투성이 돌반죽은 바람과 비와 파도에 씻기고 깎이면서 울퉁불퉁 제멋대로 아물었다

거제 해금강은 기암의 군락이다 선녀바위, 사자바위를 돌아 십자동굴에 이르면 그 기괴함에 비명이 나온다 유람선은 버스 한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바위틈새로 머리를 들이민다 엔진소리가 벽을 타고 천둥소리로 변했다 머리를 치켜들면 열십자로 뚫린 하늘 절벽이 와르르 쏟아져 내릴 듯하다 배가 후진으로 동굴을 나올 때 승객들의 땀 흐르는 얼굴에는 경이감이 가득하다

마지막 코스는 한산섬 제승당(制勝堂)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한산대첩을 기념해 당시 지휘본부가 있던 자리에 당을 지었다 잘 정돈된 정원같은 곳이다 통영으로 돌아가는 배 『어때요~? 좋았어요? 얼마나? 엄청이요~? 주위 분에게 조금씩만 이야기하고 다 말하지는 마세요 듣고 마는 곳이 아니라, 평생 한 번은 와봐야 하는 곳이예요』 선장의 입기운은 마를 줄 모른다 koh@hk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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