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끌렸지만 요즘엔 안먹고는 못배겨요』서울 명동의 베트남누들 전문점 「아오자이」에서 만난 회사원 허봄내(25·여)씨는 일주일에 한번은 베트남 전통쌀국수 「포(Pho)」로 점심을 때우는 포애호가. 서울시내에서 잘 한다는 포전문점은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고깃국물을 사용하지만 생야채를 듬뿍 넣어 느끼하지 않고, 밀가루면으로는 흉내내기 힘들만큼 면발이 찰지고 쫄깃쫄깃하다는 게 허씨가 말하는 포의 매력.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베트남쌀국수
여종업원들이 베트남 전통의상(아오자이)을 입고 주문을 받는 「아오자이」에서는 소고기·닭고기·해산물 쌀국수와 볶음국수 등 면발이 가느다란 5종류의 베트남 국수를 선보인다. 면의 형태는 우리의 소면과 비슷하지만 원료는 밀가루가 아닌 쌀이다. 메뉴당 가격은 5,500∼7,500원선. 이 식당 하종식(56)사장은 『독특한 향과 맛 때문에 처음엔 거부감을 갖는 손님도 더러 있지만 일단 맛을 들이면 곧바로 단골이 된다』며 『무엇보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 민감한 여성들이 전체 고객의 9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베트남 쌀국수를 취급하는 전문점은 「아오자이」(02-754-1919)외에도 미국에 프랜차이즈 본사를 둔 「포호아」(555-6333)와 「리틀사이공」(547-9050), 「라우제」(741-0292)등 서울에만 10여곳. 대부분이 최근들어 체인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데다 젊은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도로 볼 때 조만간 그 수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중식 일식을 위협하는 아시안 누들
바야흐로 「아시안 누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베트남뿐 아니라 태국이나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몽골 등지의 전통적인 면요리가 한국인의 입맛을 공략중이다. 아시안누들은 중국이나 일본요리에 비해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면서도 다양한 향미로 새로운 맛을 찾는 요리애호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아시안 누들의 대표주자는 쌀국수. 쌀이 많이 나는 아시아 남부지방에선 우리나라나 중국과 달리 쌀을 주성분으로 한 국수 요리가 발달했는데 역사가 깊은만큼 조리법도 다양하고 맛도 가지각색이다.
「혀(舌)의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했다는 태국의 쌀국수는 열대지방의 각종 향신료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변화무쌍한 맛이 압권. 베트남식보다 향미가 다소 강하다고 보면 무방하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무제오 아시안누들하우스」(3446-0002)는 태국과 싱가포르식을 절충한 누들요리 7가지를 선보이고 있다. 새우·해산물·소고기쌀국수외에 게살과 야채쌀국수볶음, 안심쌀국수볶음, 날치알과 오징어를 넣은 쌀국수 등이 인기메뉴. 태국인 요리사들이 직접 요리해내는 「타이오키드」(792-0292)에서는 톡 쏘는 열대고추에다 숙주나물, 유부, 생새우, 다진 땅콩, 양파 등을 버무린 볶음쌀국수 「파타이」를 찾는 이가 많다.
몽골 국수나 인도네시아의 전통국수 「미고렝」등은 밀가루 면류. 압구정동의 몽골음식점 「빠오」(3443-6797)에 가면 해물을 우려낸 국물에 고기와 야채를 곁들인 몽골식 생라면을, 「징기스칸」(2275-4048)에선 잡채처럼 가는 면발을 국물없이 양고기와 양배추, 당근 등과 혼합해 짭짤하게 볶아내는 「초이방」을 맛볼 수 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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