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터키 서부지역을 강타한 지진은 인구 1,200만명의 대도시 이스탄불을 비롯한 이지역 여러 도시들을 순식간에 처참한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특히 지진은 사람들이 한창 잠에 빠져있는 새벽 3시께 발생, 많은 사람들이 잠에서 깨기도 전에 무너져 내린 건물더미에 묻혀버렸다.지진발생과 동시에 대부분 지역의 전기가 끊긴데다 200회 이상 여진이 계속되는 바람에 잠옷 차림으로 뛰쳐나온 시민들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극도의 공포감에 떨어야 했다.
○…이스탄불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수백 채의 건물들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서졌고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인명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진앙지로 알려진 이즈미트시에서는 적어도 1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주민들은 건물이 무너져 내리자 잠옷 차림으로 뛰쳐 나와 잔해속에 깔린 가족들의 생사확인을 위해 발을 굴렸다. 건물잔해에 깔려 있다 구조된 아르수 일마즈(5·여)는 엄마와 누나 목소리는 들었는데 아버지와 오빠는 어찌됐는지 모르겠다고 울부짖었다
터키 라디오방송은 이즈미트시 골쿠크 마을이 마치 폭격을 당한 듯 폐허로 변했으며 주민들은 공포와 절망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다시 무너지는 건물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을 말리는 장면도 목격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도로가 폭 1㎙ 이상 넓이로 갈라진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이즈미트시 외곽 정유공장에서는 대형화재가 발생했고 고위 해군 장교들의 행사가 진행되던 해군기지에서도 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장병 20명이 숨지고 250명이 잔해에 깔렸다.
○…터키당국은 이날 오후 이스탄불에서 적어도 40명, 사카르야에서 80명, 야로바에서 30명, 볼루에서 28명이 각각 숨진 것을 일단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지 방송들은 이번 지진이 수도 앙카라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강력했다고 전했다. 이스탄불에서 450㎞ 떨어진 수도 앙카라를 잇는 고속도로에서는 강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주변지역의 전화,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이스탄불의 한 주민은 『갑자기 천정과 바닥이 춤을 추고 벽이 흔들려 급히 밖으로 나왔다』면서 『이처럼 강력한 지진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도로는 비상등을 깜밖이는 자동차와 잠옷 차림의 주민들로 가득 찼고 국영 방송들은 시민들에게 긴급 헌혈을 요청했다.
○…이스탄불에서도 피해가 속출하면서 이 도시에 있는 1,500년 된 역사 유적지인 「블루 모스크」와 「성 소피아사원」의 안전여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겉보기에는 유적들이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은 것 같다고 밝혔으나 워낙 오래된 건물들이라 내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민 수백명도 지진발생 지역에 머무르고 있었으나 다행히 특별한 피해상황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터키 거주 한국인이 500명 정도이며 이중 400명 가량이 이스탄불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전화선 불통으로 정확한 피해여부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으나 이날 현재까지 피해를 입은 교민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앙 지역인 이즈미트시에서 터키와 합작으로 엑센트와 그레이스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측은 이곳 한국인 주재원 12명 전원과 터키 근로자들및 이스탄불 주재원 4명이 모두 무사하다고 밝혔다. 현대측은 현지에서 전화 수신은 불가능하며 간혹 송신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 콜로라도주의 국립지진관측소는 이번 지진의 강도가 리히터 규모로 7.8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이 관측치는 터키의 지진 관측소가 측정한 것 보다 높은 수준으로 칸딜리 지진관측소는 지진의 강도가 리히터 규모 6.7이라고 밝혔었다.
키에서는 작년 6월27일 남부의 아다나시에서 리히터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 144명이 사망하고 1,500여명이 부상했다.
○…이번 지진은 이웃나라에들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강력했다. 불가리아 과학원은 불가리아 전역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또 그리스 지질연구소도 그리스 북부지역에서 지진이 감지됐다고 발표했고 그리스 국방부는 터키지원을 위해 C130 수송기를 급파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수색견과 의료진을 실은 일류신 76 수송기를 지진 지역으로 급파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지진이 발생할 당시 터키에는 두명의 미 고위급 인사들이 머물고 있었는데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터키 주재 미국대사관은 『터키에 있던 빌 리처드슨 에너지장관과 헨리 셸턴 합참의장은 모두 무사하며 예정된 일정을 계획대로 수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리처드슨 장관은 카스피해 유전개발 문제로, 셸턴 의장은 이라크 공습의 전진기지가 되고 있는 터기 인시를리크 공군기지 방문을 위해 각각 이스탄불과 앙카라를 방문중이었다.
[이스탄불 앙카라=연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