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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영'모래그림'전] 인생은 모래자국과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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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영'모래그림'전] 인생은 모래자국과 같아라

입력
1999.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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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살짝 누르면 금세 푸석거리며 흐트러질 듯 보이는 모래의 흔적. 하지만 작품 가까이 다가가면 모래의 흔적은 실물의 모래가 아니라, 유화로 그려진 평면그림에서 나온 것임을 깨닫게 된다. 사진을 찍듯 세밀하게 표현한 극사실주의, 바로 눈속임(트롱프 뢰이유, Trompe_l'oeil)의 화법이다. 눈속임은 2차원의 평면만 3차원의 입체로 바꾼 것은 아니다.우툴두툴한 캔버스에서 관객들은 다시 한번 허를 찔릴 수밖에 없다. 현실의 모래에서 일어나는 또 한번의 눈속임? 진짜 모래로 만든 캔버스의 꺼칠꺼칠한 표면은 관객들이 예상치 못했던 「속임그림」의 최대 극적 효과를 연출한다.

18년째 일본에서 활동해 온 「모래그림 작가」 김창영씨. 실체와 허구를 교묘하게 결합한 그의 모래 회화 작업이 27일부터 9월 7일까지 박영덕 화랑에서 펼쳐진다. 97년 이후 한국에선 2년만에 다시 갖는 개인전.

17일 일본 요코하마(橫浜) 작업장에서 전화를 통해 작가는 『쉽게 남겨졌다 지워지는 모래의 흔적은 덧없이 살다 사라지는 우리 인생과 너무 닮았다』는 말로 자신의 모래 그림을 이야기했다. 인간의 생로병사에서 경험하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캔버스 위 모래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선 자연색에 머물러 온 이제까지 작품들과 달리 청색 등 색깔을 쓴 신작들도 다수 선보일 예정. 24일 내한한다.

하루 10시간 작업해야 겨우 아기 손바닥 크기(15㎠)정도밖에 완성할 수 없는 정밀사(精密寫) 기법의 생명력은 철저한 묘사력이다. 현대미술의 색다른 실험이나 이론적 장식은 없다. 모래그림의 단순성에 대해 작가는 『언제나 나의 내부에서 나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고 말했다.

계명대 미대 3학년 재학중이던 80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 국내화단의 주목을 받아온 김씨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82년) 제1회 가나가와(神奈川) 아트 애뉴얼과 제18회 일본 현대미술전을 통해 일본화단에 발을 내디딘 후 줄곧 일본서 활동해왔다. 3월 도쿄 니시무라(西村)화랑서 가졌던 개인전에서 호평을 받아 4월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에 반페이지에 걸쳐 그의 그림 세계가 소개되기도 했다. 일본에 머물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나의 활동무대는 지구촌』 이라 말하는 김씨는 실제로 4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제4회 샤자 국제 아트 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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