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8·15 경축사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미 이사철(李思哲)대변인 등이 이틀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그 것으로는 성에 안 찼는지 A4용지 5장 분량의 자료까지 배포하며 사실상의 기자회견을 했다.이총재는 특히 재벌해체와 남북관계 및 국가보안법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총재는 『재벌의 잘못된 행태는 분명히 개혁돼야 하나 재벌해체 발상이 기존의 국가·경제시스템을 대안없이 해체하고 청산하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대중적 인기주의에 편승한 위험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제력을 동원해 재벌을 해체하겠다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재벌이 국제시장에서 가졌던 장점까지 간과되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총재는 또 『김대통령이 남북문제를 너무나 모호하게 다루고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 문제 등에 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않은 것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 개정문제에 대해서도 『남북대치 상황에서 법 운용상의 문제점을 빌미로 국가전복 세력이나 간첩의 잠입·확산을 막자는 법목적 자체가 부정되어선 안된다』며 『불고지죄 조항을 없애 「간첩인줄 알아도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국가안위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총재의 핵심 측근은 『이총재의 지적을 전략적 차원의 비판으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며 『국민들의 불안감과 의구심을 대변하고, 현 정권의 위험한 시각과 움직임에 대한 야당총재로서의 당연한 지적과 경고』라고 말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