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시장 외면한 시장대책대우사태의 본말이 뒤바뀌고 있다. 문제의 발단인 대우처리는 점점 관심에서 멀어지고, 모두들 그 후유증, 즉 수익증권 환매사태나 주가하락등 소위 「시장불안」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대우 접근법도 문제지만, 그나마 정부가 보여준 「시장대책」을 보면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앞날을 내다보고 만든 정책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정부의 최대 실책은 수익증권의 경우 원리금이 보장되는 「예금상품」이 아니라, 누구도 손실을 입을 수 있는 「투자상품」이란 금융의 ABC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손해를 감수하며 환매를 하든, 고수익을 기대하며 만기 때까지 기다리든, 혹은 만기까지 참았는데도 더 큰 손해를 보든, 그것은 전적으로 투자자 스스로 판단할 문제인데도 정부는 「지금 찾으면 손해다」「3개월정도 지나면 원금은 받는다」식으로 투자자의 선택을 제약하고 있다. 그나마 개인과 법인, 기관투자가 등에 적용하는 환매의 잣대는 제각각이다.
당장의 시장혼란은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론 시장에 어떠한 「메시지」도 줄 수 없다. 만약 또다른 대기업이 해체위기에 놓인다면, 그때도 환매중단부터 취할 것인지. 어떤 투신사가 도산사태에 직면해 투자자들이 「원리금」보장을 요구한다면 그때 정부는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대우라는 거함이 침몰했는데 시장에 요동이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눈앞의 혼란이 두려워 덮어두기만 한다면 시장은 결코 시장다워질 수 없다. 투자자의 아우성과 종합주가지수가 아닌, 건전한 시장의 미래상을 그리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성철 경제부기자 sclee@hk.co.kr
[기자의 눈] '신창원 팔아먹기' 활자화
활자는 마력을 지닌다. 권위와 공식성, 진실성을 부여한다.
부산구치소에 수감중인 신창원(申昌源)이 책을 내기로 했다. 250쪽 분량의 책 제목은 「도망자 신창원」. 신은 한 중견 출판사와 16일 계약을 했다. 그의 변론을 맡은 엄상익(嚴相益)변호사가 구술에 바탕해 쓸 예정이다.
신창원은 『경찰의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책을 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책 내용은 성장하면서 범죄의 길에 빠지는 과정, 도피생활 중 갖게 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심리 변화 등이라고 한다.
문제는 책의 진실성이다. 책을 내기로 한 출판사측은 『경찰과 신의 말이 다른 부분은 관련자들을 면담·취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안, 가능한 한 빨리」라는 출판 시한에 맞춰 전문가도 아닌 이들이 진실을 밝힐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왜곡되고 미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신이 도주생활 중 쓴 일기의 몇몇 부분은 허위로 드러난 바 있다.
신은 화려한 도주극과 극적인 체포 소식으로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의적인양 「로빈훗」으로 불리기도 했고 패션까지 유행시켰다.
유명인의 전기나 비망록을 읽는 이유는 그의 삶을 믿고 따르고 기리기 때문이다. 신창원은 중범죄자이자 탈옥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것도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미결수다.
지금 필요한 건 책 출판이 아니다. 무엇이 본질인지를 냉철히 판단하고 정의로운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신창원의 전기 출판은 신창원 패션 팔기와 다를 바 없다. 「신창원 팔아 먹기」의 속편인 것이다.
/서사봉 문화부기자 ses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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