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회복, 속으론 골병러시아가 대외채무에 대한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한지 17일로 1년을 맞았다. 아시아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로 러시아는 다시 주저앉았고 국제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그 후 1년이 지난 지금. 외견상 러시아 경제는 일단 충격에서 벗어나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환율은 달러당 25루불선을, 인플레는 월 2~3%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제성장률(99년 상반기 3.1%)과 무역수지 흑자(99년도 240억달러 예상) 등 호전된 각종 경제지표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특히 배럴당 19~20달러선까지 오른 원유가의 상승은 원유·천연가스 등의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재정수입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루블화 평가절하(98년7월 대비 75%)에 따른 국내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회복과 1,500억달러 이르는 외채에 대한 채무상환 일정 재조정 등이 활력소가 됐다.
그러나 이같은 분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여전히 외국 금융기관과 투자가들이 신규차관 제공등 투자를 기피하는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AFP등 서방언론들에 따르면 일부 용감한 투자자들은 러시아의 「얼음장」같은 금융시장에 조심스럽게 다시 발을 들여놓고 있지만 대부분의 큰 손들은 아직도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올 초 한때 「반짝 활황」을 누렸던 러시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현재 경제위기 발생 이전에 비해 4분의 1 정도이고 거래대금도 크게 위축돼 하루 100만달러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이때문에 경제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금융및 산업구조조정과 세제개혁 등과 같은 뼈를 깍는 회생노력을 하지 않는 한 러시아 경제의 앞날은 난망(難望)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러시아가 경제도약의 관건인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물경제에 의해 뒷받침되는 건전한 시장경제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더욱이 러시아 정정이 12월 총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러시아 경제에 불안감을 짙게 던지고 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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