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9월말 임기가 끝나는 윤관대법원장을 이을 후보를 독자적으로 대통령에게 추천하겠다고 나서 빚어진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대법원의 거듭된 「사법부독립 침해」 우려표명에도 불구하고 추천을 강행할 움직임이다. 이에 대해 윤대법원장은 16일 전례없는 외부강연을 통해 『민주정부 아래서는 사법부가 정치권력보다는 이익집단이나 오도된 여론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한층 중요하다』고 변협의 움직임을 공개비판했다.이에 따라 법조계와 법학자들의 논란에 머물던 이 문제가 자칫 심각한 파문을 일으켜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적 과제에 둘러싸인 국민에게 혼란을 더할까 우려된다. 따라서 차제에 이 문제를 법조계의 편협한 논쟁에서 끌어내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순리적으로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법원장 후보추천 논란을 올바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원칙과 논리를 벗어난 부분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사법권 독립을 이루기 위해 대법원장 임명절차에 관여하겠다는 변협의 충정을 이해하더라도, 그 방법은 법률가집단 답지않게 초헌법적이다. 도덕적 권위와 국민적 신뢰를 지닌 인물이 사법부의 수장으로 임명되기를 바란다고 해서 헌법규정에도 없는 「후보추천」을 들고 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변협은 미국의 경우 사법부 수뇌인사 때 변호사협회의 추천 또는 검증을 거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국민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헌법에 그런 절차를 정하는 것이고, 우리가 미국의 예를 그대로 따를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의 공직후보 검증제도는 의회의 인사청문회와 마찬가지로 재야에서 법관과 공직자를 발탁하는 미국적 관행의 산물이다. 우리는 이런 미국식 법조일원화와는 달리 법관과 변호사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또 미국 변호사협회는 대한변협처럼 변호사들만의 이익단체가 아니라 법관과 변호사 30여만명이 회원인 공익단체이고, 후보에 대한 평가의견만 낼 뿐 후보 추천권은 없다.
우리 사법부의 굴곡 많은 과거를 고려할 때 대통령이 국회동의만을 거쳐 대법원장을 임명해서는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을 이룰 수 없다는 논리는 수긍한다. 그러나 그 개선방안은 인사청문회 도입등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회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 변협은 이 점을 무시한 채 사법개혁을 갈망하는 국민의 뜻을 후보추천의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변협이 과연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조직인지 의문이다.
변협이 일부 분석대로 「힘있는 변협」이 되기 위해 법관 인사추천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이 납득할 상식으로 돌아가기를 권한다. 그리고 대법원장과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이 논란에 금도(襟度) 있게 대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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