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이번 광복절이 20세기 마지막 8·15 경축일」이라고 지칭, 21세기 시작을 2000년 1월1일로 공식화 함으로써 21세기 기산점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은 15일 「21세기 기산점 검토」란 관련자료를 내고 『유럽대륙은 2001년을 21세기 시작 연도로 잡고 있으나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와 런던 트라팔가광장 등에는 2000년 1월1일을 기산점으로 한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문관계 연구기관은 21세기의 기산점은 2001년 1월1일로 이는 절대 변경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산점 논쟁은 18세기 개막을 앞둔 1699~1701년에 이어 19,20세기 시작전에도 있어 왔다. 그러나 한 세기의 첫 해는 0년이 아니라 1년이라는 논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예수탄생을 기원으로 하는 서기(西紀)의 경우 예수가 태어난 해를 0년으로 하지 않고 1년으로 했기 때문에 1세기는 당연히 1~100년까지가 된다는 것이다. 사전에서도 한 세기는 1년부터 100년까지라고 못박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안영숙씨는 『전 세계에 역(曆)자료를 제공하는 미국의 해군천문대(USNO)와 영국왕립 그리니치천문대도 21세기 기산점을 2001년 1월1일로 공표했다』며 『청와대가 내놓은 21세기 기산점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구미 일부 국가에서 세기말의 정의를 왜곡해 상업적으로 이용, 1999년 12월31일에 유흥업소들이 세기말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내년을 어떻게 의미있게 부를 것이냐이다. 내년은 누가 뭐래도 서기 2000년이다. 그렇다면 「새로맞는 2000년」 「새 천년」이라고 하면 기산점시비 소지 없이 새해의 숫자 의미도 살릴 수 있다. 이들 용어는 문화관광부 등 일부 정부부처에서 이미 사용해 오고 있다. 청와대가 「세기」의 정의까지 바꿔 무리하게 21세기를 내세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박진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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