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된 야마토(大和)를 다시 본다」사상 최대의 전투함으로 자매함 무사시(武藏)와 함께 거함거포(巨艦巨砲) 시대의 종언을 고한 일본 연합함대의 1번함인 야마토의 인양 작업이 이뤄진다. TV 아사히는 17일부터 10일간 타이타닉호 인양 탐사선 등 최첨단 기술을 동원, 2차대전 말 동중국해 오키나와(沖繩)군도 인근에 수장된 야마토를 정밀 탐사해 승무원 유품과 선체 일부를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기도가 명백해지고 8·15 종전기념일을 전후한, 미묘한 시점에서 전개되는 인양작업은 일본 군국주의 상징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탐사에는 당시 승무원과 유족들도 동승하는데 연구가들은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야마토의 실체가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전후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만화영화 「우주전함 야마토(한국 방송프로명 우주전함 V호)」시리즈 등 야마토를 모델로 한 작품들이 쏟아졌으나 남아 있는 자료는 함교(艦橋) 부분의 설계도 일부와 사진 몇장 뿐이다. 야마토는 극비리에 건조돼 진수(1940년 8월)한 군사기밀 그 자체였으며 패전후에는 설계도면 100만장이 소각돼 지금까지 정확한 형태는 파악되지 않았다.
야마토의 덩치는 항공모함급. 배수량 6만9,100톤, 길이 263㎙, 폭 38.9㎙에 이르고 웬만한 전함은 한방에 날릴 만한 460㎜ 구경 주포(主砲) 9문과 155㎜구경 부포(副砲) 12문 등이 장착됐다. 파도를 헤쳐나가기 쉽게 함수(艦首)가 유선형으로 제작돼 최대속도 27.46노트(시속)를 자랑했다.
야마토는 당시 세계수준을 뛰어 넘었던 일본 조선기술의 정수로 평가받았으나 실전에서는 거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본 해군이 야마토를 아낀 측면도 있지만, 함대함 해전용이었던 야마토는 이미 항공기 위주의 기동전으로 바뀌어 버린 전쟁 양상에 부합하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대공 기총 설계에 참여했던 니시하타 사쿠타로(西畑作太郞·78)는 『해군 상층부가 항공기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첫 배치된 미드웨이 작전에서부터 2선에 물러나 있던 야마토는 결국 45년 4월 오키나와 진주 미군에 해상특공을 감행하려다 집중폭격을 받아 격침됐다.
하지만 「야마토 신화」는 전후에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건조 기술이 그대로 전수돼 경제 재건과 국방력 강화의 원동력이 됐다. 야마토가 건조된 히로시마(廣島)현 구레(吳)시 해군 공창의 독(Dock)에서는 대형 유조선과 수송선 등이 만들어졌다.
야마토는 전후 패배감에 가득찼던 일본인들의 정신을 추스리는 역할도 했다. 「우주전함 야마토」외에 최신예 핵잠수함 「야마토」가 미 잠수함에 승리한다는 내용의 만화책 「침묵의 함대」 시리즈는 89년 초판 이래 120만부가 팔렸다.
「축소 지향의 일본론」에 반박용으로 제시되기도 했던 거함 야마토의 본개념인 「야마토다마시이(大和魂)」망령의 부활이 우려되는 현실이다. 야마토다마시이는 쇼와(昭和)시대 천황에 대한 충성의 이념이면서 대외침략을 미화하는 정신적 모토로 군인의 사기를 고양하는 슬로건이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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