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의 8·15 경축사중 경제관련 부문의 핵심은 재벌개혁과 중산층 재건이다. 재벌문제는 6·25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체제를 초래한 가장 큰 요인이었고, 중산층 몰락은 IMF체제가 가져온 가장 우려되는 현상이다. 때문에 재벌의 폐해를 제거하는 한편, 국가의 기둥인 중산층을 튼튼히 해 우리 경제가 또 다른 위기 가능성에서 벗어나 선진경제로 발돋움하자는 것이다.재벌개혁의 성패는 대우 처리의 성공적 마무리와 재벌의 금융지배를 어떻게 차단하느냐, 즉 사실상의 효과적인 재벌해체 여부에 달려 있다. 금융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체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우사태 해결은 재벌개혁의 모범답안을 제시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투명성 제고, 상호 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업종 전문화, 경영진의 책임강화 등 재벌개혁의 5대원칙을 실현해야 한다.
그래야 대우사태라는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원칙은 다른 재벌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김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재벌구조를 원하지 않는 시장과, 앞으로 재벌집단이 아니라 개별기업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는 구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재벌들의 금융지배 차단도 시급한 과제다. IMF체제에서 5대 재벌 계열사 금융기관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도 등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그 결과 시중자금을 거의 독식하면서 계열사에 대한 부당·불법지원 등으로 재벌 개혁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해 왔다.
세제개혁은 재벌 및 음성·불로소득 계층에 대한 대책일 뿐 아니라 중산층 대책이기도 하다. 상대적 박탈감은 중산층의 근로의욕을 꺾어버리기 때문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일부 정치가나 관료들이 주장하는 불확실한 부작용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조속히 재실시해야 한다. 변칙적인 증여·상속과 고소득자들의 탈세를 막기 위한 세제개혁은 정의사회 구현에 필수적이다.
8·15 경축사 경제관련 부문에는 새로운 사항은 없었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것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앞으로 해결방안을 밝힌 것이기에 새로운 것이 있을 수도 없다. 그런데 그 하나하나는 무척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다. 그동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점검하겠다고 수차 강조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미룰 수도 없고, 미진한 채로 넘길 수도 없다. 특히 재벌개혁은 김대통령의 약속대로 올해말까지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이번에도 유야무야되면 총선등 정치상황과 재벌들의 생리에 발목잡혀 개혁은 물건너갈 우려가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재벌개혁이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을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급변하는 세계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않는다. 새로운 천년은 준비하는 국가에만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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