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벽치기를 수련하면 온 몸에 기(氣)가 넘치고 정신이 맑아집니다.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수벽치기를 연마한 지 8년째인 김산(29)씨는 물질문명에 찌든 현대인의 심신을 치료하는데 제격인 무예가 바로 수벽치기라고 말한다. 이씨는 수벽치기의 15명 사범 가운데 한명. 사범이란 수벽치기 전인(專人·계승자) 육태안(46·상명대 공연학부 교수)씨가 『그 정도면 제자로 길러도 되겠다』고 인정했을 때 주는 명예로운 칭호이다.
수벽치기는 발쓰기 중심인 택견과 달리 손쓰기에 중점을 두는 우리 고유의 무예. 수벽이란 용어는 우리 말 「손뼉」을 한자로 옮긴 수박(手博)에서 비롯됐다. 「고려사」에 수박이 나와있을 정도로 수벽치기는 오랜 역사를 가진 무예다. 손뼉을 마주침으로써 손바닥안에 기(氣)를 발생시키고, 생명체의 기본리듬인 「하나, 둘, 셋」하는 3박자에 맞추어 몸을 움직임으로써 심신을 강건하게 한다는 원리다.
수벽치기는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행위를 살심(殺心)이라 하여 금하는 대신에 내적 수련에 힘쓴다. 그래서 최근 「기 열풍」이 불면서 더욱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육씨가 출강하고 있는 중앙문화센터에서 수벽치기 강좌는 항상 인기 프로그램.
부드러운 자연상태의 흙을 맨발로 밟는 「땅 밟기」, 팔을 위 아래와 앞 뒤로 움직이고 나서 손뼉을 짝짝치며 행하는 「줏대 세우기」(정신 집중) 등을 하고나면 피로가 말끔히 풀리고 원기가 회복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벽치기가 정적인 무예는 아니다. 두꺼운 매트리스를 안고 있는 장정이 육씨의 손바닥에 밀쳐지면 뒤로 5∼6㎙ 나자빠질 정도로 힘이 넘친다.
수벽치기는 육태안씨를 빼고 설명하기 힘들다. 그는 87년 수벽치기 전인 신한승(택견 인간문화재)씨로부터 『수벽치기의 맥을 잇고 체계를 완성하라』는 유언을 받들어 수벽치기에만 매달려 왔다. 수벽치기가 맥이 끊기지 않고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된 데에는 육씨의 노력이 크다. 그는 지금까지 사범을 겨우 15명 지정했을 정도로 완벽주의자. 한해에 수백명씩 사범을 배출하고 심사비로 거액을 챙기는 무예계 일부의 모습에서 초연해있다.
그는 97년 자신의 뒤를 이을 전인으로 장태휘씨를 지정했다가 10개월만에 교통사고로 저 세상으로 보내는 불행을 겪었다. 『수벽치기 맥이 끊기지 않을까하여 전인의 운명 직전에 이루어지는 후계자 지정 전통을 깨고 미리 했다가 화를 당한 것 같다』는 육씨는 『앞으로 전통을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수벽치기는 현재 또 다른 연구자인 정경화씨(택견 인간문화재)에 의해 중요 무형문화재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누구보다 수벽치기 발전에 공이 큰 육씨이지만 『수벽치기 발전을 위해서라면 누가 되든 관계없지 않느냐』고 담담한 입장을 보였다. 수벽치기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 택견에 이어 한국무예로는 두번째가 된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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