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일잔재 청산에 평생바쳐온 조문기씨 -『「민족법정」을 열어서라도 친일파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고 역사적 판결을 내려야겠어』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친일잔재 청산에 평생을 바쳐온 조문기(趙文紀·73·광복회 경기도지부장)씨는 『아직 독립운동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신(新)독립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일제 때는 물론 해방 직후에도 권력의 핵심부에 똬리를 튼 채 권세를 누리며 호강해 온 친일파·민족반역자를 단죄하기 위한 「사이버 민간재판부」 구성에 착수한 것.
인터넷 전문가의 도움으로 독립운동사 관련 교수들과 재야 법조인 등이 참여하는 「사이버 민족법정」을 마련, 민족반역자의 구체적 친일행적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역사의 이름으로 「여론재판」을 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 재판에는 일반인의 참여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조씨는 이를 통해 친일파의 죄상을 역사에 기록해 후세에 알리는 한편, 사회여론을 환기시켜 「민족정기 회복법」과 같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 친일인사를 단 한명이라도 제대로 처벌한 적이 있나. 친일파를 청산하지 않고는 남북문제를 풀 수 없고 민족정기도 바로 세울 수 없어』 조씨는 『그동안 「친일파 청산」을 수없이 외쳤음에도 당국이 들은 척도 하지 않아 「비상수단」을 강구하게 됐다』며 『철저하게 준비해 타당성 있고 합리적인 재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반일감정의 싹을 틔운 조씨는 1945년 7월24일 항일독립운동사의 대미를 장식한 「부민관 폭탄사건」의 주역 중 한명.
관동지진 대학살 사건의 주범인 박춘금(朴春琴)이 국내 친일파를 모아 결성한 대의당(大義黨) 주도로 부민관(현재 서울시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아시아민족분격대회」에 유만수(柳萬秀·작고) 강윤국(康潤國·투병중) 동지와 함께 폭탄을 터뜨려 대회를 무산시킨 것.
당시 대의당은 7월말부터 4단계로 나눠 반일성향의 국내 지식인 30여만명을 대학살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이 대회를 열었다. 결국 조씨등 3명이 대의당의 학살음모를 폭탄으로 막아낸 셈이다.
『독립운동가로 대접받을 생각은 전혀 없어. 훈장받고 연금타려고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거든』 독립유공자 신청서를 내라는 보훈처의 잇단 독촉에도 불구하고 『친일파가 버젓이 활보하고 땅덩어리가 둘로 갈라졌는데 무슨 독립이냐』며 거부하다, 86년 사위가 몰래 제출한 서류에 의해 정식 독립유공자가 된 조씨. 그는 현재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의 16평짜리 아파트에서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가 겪는 총체적 혼란도 근본적으로는 친일잔재 청산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지. 무엇보다 콘크리트처럼 굳어져 있는 우리 사회의 친일 풍토가 젊은 세대를 「감염」시키지 않을까 걱정이야』
/수원=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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