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인삼협동조합을 하나로 통합하는 농업협동조합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내년 7월이면 초대형 통합조합이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출범을 앞두고 이를 축하하기 보다는 착잡하고 앞날이 걱정된다는 것이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통합법안이 성립되기까지 농협과 축협간의 갈등과 반목은 정도를 지나쳐 심화했고, 마침내 신구범 축협회장의 의사당내 할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법안은 통과했지만 앞으로 통합조합이 등장하기 까지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협동조합 개혁은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메뉴로 거론됐지만,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과 복잡한 이해관계등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었다. 이번에도 지난 3월 농림부가 농업인협동조합법안을 발표한 이후 지지와 반대 세력간의 갈등·투쟁이 계속되어 왔다. 협동조합 개혁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농협과 축협이 다른 의견을 보여 왔다. 농협은 현 농협조직을 기반으로 통합법인을 만들자는 것이고, 축협은 그럴 경우 특수성이 희석되는데다 각종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 와중에서 각종 농·축단체들은 둘로 갈라져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모욕, 인신공격등을 일삼았다.
주도권을 잡은 농림부와 농협은 밀어 붙이기 식으로 일관했고, 흡수되는 축협은 결사반대 투쟁만을 내세웠다. 정책이나 논리적인 대결은 뒤로 밀려났다. 그 결과 양측간 갈등의 골만 깊어갔고, 그것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이 어떤 이유에서건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이번 국회내 할복 사태다. 농축산인을 위해 개혁을 한다면서도 이들을 생각하지 않은 행동이 낳은 결과다.
농림부는 신회장 할복사태와는 관계없이 협동조합 통합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축협은 통합법안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농축산물 시장의 완전개방을 눈앞에 두고 언제까지 대립할 것인가. 농축산인을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겠다는 양측의 태도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제는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조합의 통합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 이상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미흡하거나 불합리한 요소가 있다면 과감히 고쳐야 한다. 아직 하위 법 정비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축협이 주장하고 있는 전문성과 자율성의 최대한 보장이나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최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농림부는 객관성을 유지, 간여를 최소화해야 한다. 협동조합 개혁이라는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사항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농림부는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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