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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현철사면' 폭주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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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현철사면' 폭주한 분노

입력
1999.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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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출근하자마자 격앙된 목소리의 남자독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너무화가 나 아침밥마저 넘기지 못했다는 그가 식욕을 잃어버린 이유는 바로 김현철(金賢哲)씨 사면때문이었다. 『전직 대통령 아들이라고 해서 이렇게 봐준다면 누가 법을 지키고 따르겠느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그는 사회단체와 언론이 김씨 사면의 부당성을 거듭 지적했는데도 정부가 여론을 무시한 채 잔여형기 면제라는 변칙까지 동원하자 입맛까지 달아났다고 했다.

한 아주머니는 『반성을 수없이 하고도 풀려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김씨는 반성 한번 하지 않고 사면되니 누군들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느냐』고 개탄했다. 심지어 『김현철을 사면하려면 신창원 먼저 놓아주라』는 전화까지 걸려왔다.

전화는 종일 계속됐다. 젊은 층은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해 의견을 보내왔다. 옷로비 의혹, 조폐공사 파업유도 등 굵직한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신문사에는 독자반응이 쏟아지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날 걸려온 전화는 횟수도 훨씬 많았지만 한결같이 사면조치에 부정적이었다. 『글을 잘 못 쓰니 제발 기자들이 이 심정을 대신 적어달라』는 호소가 많은 것도 특징이었다.

한 독자는 『정부가 정계개편 과정에서 조그만 반사이익이라도 얻을 요량으로 김씨를 사면키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무원칙한 결정에 실망, 등을 돌리는 국민이 훨씬 많을 것』이라며 정부의 얄팍한 정치적 노림수를 비판하기도 했다. 신창원이라는 범법자까지 싸고돌게 만드는 전화를 받으며 국민 여론을 무시한, 무원칙한 정책이 우리 사회의 가치관에 얼마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박광희 여론독자부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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