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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이성과장] 수필가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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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이성과장] 수필가 등단

입력
1999.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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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제는 저도 악수를 청하고 싶습니다」서울시 자치행정과 이성(李星·43)과장이 늦깎이 수필가로 등단했다.

이 과장은 최근 「아버지」와 「돈바위산의 선물」이라는 수필 2편을 월간 문학세계사의 「문학세계」에 응모,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아버지」는 글읽는 게 「직업」이었던 부친(이창섭·李昌燮·74) 때문에 겪어야 했던 가족의 처절한 아픔과, 그토록 원망했던 아버지와 훗날 화해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한학자인 아버지는 「내게는 나의 길이 있다」(오유오도·吾有吾道)라는 철학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길은 다름아닌 글 읽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철학 때문에 이과장은 9살때 세살배기 남동생이 굶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 때도 아버지는 책만 읽었다고 한다. 큰 형도 며칠을 굶은 채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다 교실안에서 쓰러진 뒤, 20년 넘게 병마에 시달리다 마흔을 넘기지 못한 채 88년 타계했다.

이과장은 당신의 길을 가겠다며 사회와는 담을 쌓은 채 처자식도 「나몰라라」 하는 아버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머지와 자식들이 해결해야 했다. 때문에 이과장은 학창시절 안해 본 일이 없다고 한다. 특히 청계천에서 짐자전거를 타고 배달하는 일에는 이골이나 지금도 자전거는 두손 놓고 다닐 정도다.

아버지는 큰 아들의 죽음을 본 뒤 자식들과 화해를 청하면서 자식들을 위해 돈도 벌기 시작했다. 자식들이 굶을 때도 교수직 제의마저 거절하던 아버지가 고서를 한글로 번역하는 일에 나섰다. 최근에는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 원장직도 수락했다.

남은 5남매는 그러나 아버지와의 화해를 거부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중 최근 아버지의 자서전(바보의 잠꼬대) 출판기념회에서 옛날의 한을 털어놓은 뒤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었다.

「돈바위산의 추억」은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많던 시절, 그래도 굶던 기억보다는 놀던 기억이 훨씬 많이 남아 있는 돈바위산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과장은 어린시절 자주 쌀을 빌려주던 이웃 딸부자집의 넷째딸(洪賢淑·42) 이 자신의 아내가 된 게 돈바위산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성북구 돈암동 돈(豚)바위에 얽힌 어린시절의 추억을 담고 있다.

『아버지는 긁 읽는 게 나의 길이 있다(오유오도·오유오도)는 철학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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