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적총재의 대북서신 형식을 빌려 북한에 제의한 임진강 수계의 남북 공동 수해방지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북한의 호응여부는 미지수지만 성급한 기대는 금물일듯 싶다. 이미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한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86년 11월 정부는 북한의 금강산댐 건설계획에 자극받아 공동하천의 이용에 관한 협의를 위한 관계당국회담을 제의했으나 북측은 서한접수마저도 거부했다.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이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서신을 접수해 갔다. 이로인해 정부는 한가닥 기대를 하고 있는 듯 하나 우리가 보기엔 86년 상황과 별로 달라진게 없다. 오히려 작금의 상황이 남북 공동사업을 하기에는 더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당장 북한의 수용을 기대했다면 지나친 낙관이고, 그렇지 않다면 시간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금강산관광 뱃길이 다시 열렸다고는 하나 제네바에서 열린 제6차 4자회담 본회담은 북측의 완강한 입장때문에 다음회의 일정마저도 정하지 못한채 끝났다. 또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문제로 지금 한반도에는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는 형국이다.
남북한이 공유하고 있는 하천의 치수문제는 언젠가는 꼭 성사시켜야 할 남북 모두에게 절실한 사업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 과연 북한이 흔쾌히 응할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분위기가 괜찮을때 쓸 수 있는 유용한 카드하나를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남북한이 냉각기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대화제의 남발도 상호간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짜증스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북정책도 냉전때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 뭐든지 대북 이니셔티브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여곡절끝에 금강산뱃길이 다시 열렸으니 조용히 지켜보면서 다음 신뢰구축 조치를 생각할 때다. 대화제의만이 능사는 결코 아니다.
정부가 제의한 내용은 물론 타당성이 있다. 특히 임진강처럼 유역면적이 남북에 걸쳐 있는 경우엔 남쪽만의 치수로는 홍수를 막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임진강 치수를 통해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 내려는 정부의 심려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거듭 지적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아래서 임진강 치수문제는 북한에는 어디까지나 「곁가지」에 불과하다. 무엇이든 대화제의 「거리」만 되면 던지고 본다는 자세는 이제 재고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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