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 로스앤젤레스(LA) 인근의 노스밸리 유대인 문화관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은 범인인 백인우월주의자 버포드 퍼로우(37)가 사건발생 23시간여만인 11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간)께 자수함으로써 일단 막을 내렸다. 현지 언론은 더 이상의 추가 희생없이 이번 사건이 마무리된 데 대해 안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수위」에 이른 인종증오범죄의 심각성을 재인식하는 모습이다.백인우월주의자들의 범죄를 더이상 방치했다가는 「다인종 사회」인 미국사회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인권단체의 경고에서부터 차제에 극우테러 단체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정책건의까지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표적으로 떠오른 유대인 사회도 자구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미국내에서 활동중인 백인우월주의단체는 모두 3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로우와 관련된 네오(신)나치즘 계열의 유대인혐오단체 「아리안 내이션즈(ARIAN NATIONS)」와 「오더(THE ORDER)」도 이들 중 일부. 80년대 초 극우단체로 악명을 떨쳤던 오더는 활동자금 마련을 위해 지방은행을 습격, 400만달러를 강탈하는 무장강도행각까지 벌인 전력이 있다.
7월 초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에서 총으로 한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후 자살한 범인은 또다른 백인우월주의단체인 「창조주세계교회」의 신도였다. 또 신나치즘을 신봉하는 일부 극우단체는 1~2년부터 전국적인 규모의 행사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과거 은밀한 활동을 해온 이들 극우단체들이 최근에는 인터넷사이트 등을 동원, 백인우월주의에 입각한 인종차별을 부각시키며 공공연하게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점. 퍼로우의 범행에 배후가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점차 활동공간을 넓히고 있는 백인우월주의단체가 소수인종혐오범죄의 온상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원하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총을 사서 쏠 수 있는 미국내 관습과 제도도 문제다. 총기구입 및 사용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만큼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과거 9년간 퍼로우와 같은 동네에 살았던 한 주민은 『퍼로우의 집은 총포상과 사격연습장 바로 뒤에 있었다』고 말했다.
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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