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西京·평양)은 수덕(水德)이 순조로워 대업만대(大業萬代)땅이니 중시하되, 차현(車峴·차령) 이남 공주강(公州江·금강) 이외의 산형지세(山型地勢)는 배역(背逆)하여 인심도 그와 같으므로 그곳 사람을 등용하지 말라』943년 4월, 고려 태조 왕건이 죽기 한 달 전 신임하던 중신 박술희(朴述希)를 불러 친히 유훈으로 남겼다는 「훈요십조」(訓要十條) 중 8조는 고려는 물론 이후 조선시대까지 호남지역 차별의 근거로 인용되곤 했다.
후삼국을 통일하고, 이후 지방세력을 통합하기 위해 포섭과 회유정책을 펴던 왕건이 과연 이런 지역차별적인 내용을 유훈으로 남겼을까?
14일 오후 8시에 방송되는 KBS1 TV 「역사스페셜」은 훈요십조를 둘러싼 미스테리를 추적한다. 「훈요십조」는 고려 8대 왕 현종 때에 와서 세상에 실체를 드러내고, 비로소 공식문서에 기록된다. 그런데 현종은 신라계 인물들에 의해 옹립된 인물이었으며, 「훈요십조」를 처음 「발견한」 최제안 또한 신라 혈통의 경주 출신 인물이었다. 이를 토대로 「역사스페셜」 제작진은 「훈요십조」가 후백제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조작되고, 정치적으로 이용됐을 가능성을 탐색한다. 풍수지리설에 의거, 호남지역이 배역의 땅이라는 주장의 진위 여부도 가려본다. 풍수 자체로 볼 때 차령 이남 금강 일대 지역은 오히려 길지였다는 게 제작진의 결론.
황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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