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賢哲)씨에 대한 정부의 특별사면 방침에 대해 법조계는 『사면권의 정략적인 남용으로 법과 원칙이 무너졌다』는 분위기였다. 법조계 인사들은 앞으로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사면 전에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거나 법조계 의견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80년대 군사정권이 특별사면을 정치적 이유로 남용해 사법권이 뿌리째 흔들렸던 기억이 새롭다』며 『대통령의 사면권이 정략적으로 남용됨으로써 법치주의가 설 자리를 잃었다』고 한탄했다.
또 현철씨 비리사건을 수사했던 한 검사는 『현철씨의 경우 어느 정도 형기 이상을 복역한 것도 아니고 형집행을 위한 검찰의 소환요구조차 거부하는 등 개전의 정이 전혀 없었다』며 『형이 확정된 지 한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사면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무너뜨린 권력의 횡포』라고 비난했다.
서울지법 K부장판사는 『사면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지만 현철씨의 경우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느낌』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정치가 법위에 군림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치권의 법경시 풍조가 심화될까 몹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의 한 변호사는 『사면권 남용을 막기위해 핀란드처럼 사면전에 대통령이 반드시 대법원장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거나 그리스처럼 사면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철씨에 대한 재상고를 포기한 검찰과 실형을 선고하고도 법정구속하지 않은 법원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검찰은 형이 확정된 현철씨의 형집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법원 역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특히 전두환(全斗煥) 전대통령의 처남 이창석(李昌錫)씨의 경우 뇌물사건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나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된 것과 비교해볼 때 법원이 거꾸로 판단한 셈』이라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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