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MBC 월·화드라마 「마지막 전쟁」(10회). 『이럴 줄 알았으면 고아(孤兒)한테 시집갈 것 그랬어』 시댁식구에게 한참을 당하다 나온 심혜진이 남편 강남길에게 쏘아 붙인다. 강남길의 역공. 『네가 친정만 챙겼지, 언제 시어머니 챙겼어! 씨!』 안방에서 시청하던 아내와 남편들은 번갈아 가며 『맞아! 잘한다!』하며 무릎을 쳤을 것이다.시청률 10% 대에서 출발한 「마지막 전쟁」이 요즘 30%에 육박하며 1위인 자사의 「장미와 콩나물」 뒤를 바짝 좇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이 나도록 웃고 속시원해 한다. 같은 시간대 호화캐스팅과 엄청난 제작비의 SBS 「고스트」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인기 비결은? 작가 박예랑(28)의 현실감 있는 30대 부부의 묘사와 감칠 맛 나는 대사다. 시청자들은 부부의 결혼생활을 너무 잘 그려 작가가 결혼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해다. 박씨는 미혼.
시청자의 눈길을 휘둥그레 만든 「강남길 팬티 벗기기 장면」. 6회 극본의 지문을 보자. 「그러다, 잠옷 바지가 쓱 벗겨진다(뭐 살짝 팬티까지 내려가는 듯한 선정적?_노출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심혜진은 강남길과 싸우며 뒹굴다 아주 자연스럽게 남편의 팬티를 벗긴다(?). 기발한 상황 연출이다. 두 사람 모두 이 장면에서 웃느라 수차례 NG를 냈다. 며느리가 아침에 남편 트렁크 팬티를 입고 돌아다니다 시어머니에게 들키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절로 터진다. 다음 주에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볼기짝을 때리는 장면도 등장한다. 작가 박씨는 이 장면의 아이디어를 결혼한 친구에게서 얻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그래요. 남자 팬티 입는게 무척 편하대요. 민망하지 않냐고 물어보니 한번 입어보면 자주 입게 된대요』
찬찬히 드라마를 뜯어 보면 한 회씩 나눠 차례로 남편과 아내의 편을 드는 절묘한 대립 구도, 그리고 코믹한 대사를 구사하다 어느 순간 가슴 뭉클한 상황으로 몰아 시청자들을 곰곰 생각에 빠지게 한다. 단순한 코믹 드라마나 황당무계한 드라마로 전락시키지 않는 교묘한 장치다. 그래서 여성들뿐 아니라 남자들도 시청 대열에 합류한다.
여기에 강남길과 심혜진의 코믹스러움과 진지함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연기 조화가 인기 바람몰이에 가세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코믹 연기를 갈고 닦은 강남길과 심혜진의 연기력. 「한지붕 세가족」 등 많은 드라마에서 푼수기를 보여준 강남길은 처음으로 미니시리즈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을 하고 있다. 과장되지만 밉지 않고 허황되지 않은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또몸을 아끼지 않는다. 대본에서 팬티 벗는 지문을 보고 적극적으로 팬티를 벗겨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에서 시청자 눈길을 끌지 못했던 심혜진도 놀라우리만치 변신했다. 속썩이는 남편을 싸늘하게 쏘아 붙일 때 주부 시청자들은 속시원해 한다. 그리고 친정 어머니가 무능하고 가난한 남편을 무시할 때 대들며 남편을 변호하는 아내의 또다른 모습에 가슴 아파한다.
「마지막 전쟁」, 다소 과장됐지만 모처럼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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