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정부는 10일 치유 가망이 없는 말기환자의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발표, 의회에 제출했다. 세계 최초로 국가가 제정하는 「죽음의 권리장전」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법안은 의회 통과가 확실시됨으로써 추후 세계적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모든 문제에 있어 개인의 자주적 판단을 존중하는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를 죽을 권리로 보는 허용운동이 25년간 이어져왔고 98년 여론조사에서 인구의 98%가 찬성했다. 93년에 이미 관련법을 일부 개정, 환자의 자발적 의사 환자가 수용불가능한 고통 다른 의사와의 협의 등 몇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안락사를 시행한 의사는 촉탁살인혐의로 입건만 하고 처벌하지 않도록 했다.
과거의 살인죄나 자살방조죄 적용에 비해 사실상 안락사를 묵인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형사절차상 피의자신분으로 죄책감이 남는 의사들의 반발이 컸다. 연간 사망자의 3%에 해당하는 3,600명이 안락사로 숨진 것으로 집계될 정도도 안락사가 많은 상황에서 신고없이 안락사를 시행하는 사례만 늘려 법의 사각지대가 생겨난다는 주장이다.
이번 법안은 검시관과 지역 심사위원회(변호사 의사 윤리전문가로 구성)가 종래의 안락사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면 아예 형사절차를 밟지 않도록 완전 합법화한 것이다.
또 현행 규정이 성인에게만 안락사 선택권을 준 것을 확대해 16~18세미만에게도 독자적인 선택권을 인정했다. 12~16세 미만은 부모의 동의가 있을 경우, 부모중 한쪽이 반대하면 담당의사의 최종 판단에 의해 허용된다. 12세 미만도 부모와 담당의사 모두의 동의가 있으면 안락사가 가능해 사실상 모든 연령에 안락사의 길을 열었다.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뇌사상태를 대비해 사전에 안락사를 원한다는 카드를 만들어 휴대한 사람에게는 안락사를 시행토록 한다.
안락사 합법화는 현재의 중도좌파 연립정권 출범시 공약이었다. 야당 기민당은 『마지막 기독교 윤리를 법률에서 제거하려는 책동』이라고 격렬히 비난하고 있지만 여권이 의석 150석중 97석을 차지,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의회 논의는 1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안락사 지지단체들 조차 빈부에 차별이 없는 완벽한 의료보장, 의사윤리의 정립, 개인주의의 정착 등 사회적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나라로의 일반적 적용에는 반대하고 있다.
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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