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의 한나라당 당직개편은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친정체제 구축으로 요약된다. 예상대로 주요 당직에 「심복」들이 포진했다. 특히 핵심 당직이라 할 수 있는 사무총장에 안팎의 반발을 무릅쓰고 하순봉(河舜鳳)전비서실장을 기용했다. 이총재가 취임 1년만에 당을 완전히 틀어쥐었음을 의미한다. 이총재는 전면에 내세운 이들 측근을 추진력으로 삼아 3김정치 청산과 제2창당을 밀고 갈 것으로 보인다.눈여겨 볼 대목은 맹형규(孟亨奎)비서실장, 이사철(李思哲)대변인 등 수도권 초선의원의 약진. 개혁성과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심으려 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김덕룡(金德龍)부총재의 향후 위상변화와 더 관계가 깊다. 이들이 「뉴 밀레니엄 위원회」를 맡을 예정인 김부총재 인맥이기 때문. 이총재가 김부총재와 파트너십을 맺겠다는 의미있는 제스처로 읽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김부총재의 한 측근은 『김부총재가 방미전 「수도권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고 귀뜸했다.
정책위의장에 정창화(鄭昌和)의원을 임명한 것은 모양 갖추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TK 배려차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당직개편에 대한 비주류들의 평점은 아주 낮다. 당직개편을 이총재의 향후 행보를 짐작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보았던 비주류들은 이구동성,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관계자는 『결국 비전의 정치가 아니라 생존의 정치에 머물고 말았다』고 말했다. 당의 화합을 꾀할 수 있는 발탁인사를 기대했는데 측근편중으로 「제몸 지키기」에 그쳤다는 것.
이들은 3김정치 청산, 제2창당 등 이총재가 내건 구호가 제목이라면 당직인사는 그 내용이라 할 수 있는 데 둘이 서로 어긋난다고도 지적했다. 이때문에 이총재가 앞으로 당을 직할체제로 꾸려갈 경우 결속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총재는 「3김정치 청산과 장기집권 저지 위원회」와 사무부총장, 정책실장, 수석부총무 등 노른자위 중하위 당직자의 인선에서는 이들의 불만을 달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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