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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새 밀레니엄의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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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새 밀레니엄의 한일관계

입력
1999.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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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이 지나면 2000년이 된다. 1965년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맺은지 35년이 가까워오니 일제의 식민통치기간과 맞먹는 세월을 보낸 셈이다. 한일국교는 엄청난 반대시위가 있었지만 당시의 객관적 여건에서 보면 불가피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두나라의 국민적 이익의 관점에서도 현명한 결정이었다.20세기의 한일관계가 지배(支配), 공백(空白), 유착(癒着)으로 점철되었다면 21세기의 한일 두나라는 모든 분야에서 대등하고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유지·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작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일과 두나라 정상간의 합의는 새천년의 보다 성숙한 한일관계를 위한 중·장기적인 포석이었다. 문화개방, 천황방한, 월드컵 등 앞으로 3년안에 두나라가 협력해서 이룩해야 할 과제들이 집중되어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일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뭐니뭐니해도 과거사문제, 특히 일본측의 망언이었다.

정상간에 좋은 말이 오가도 일부 일본지도층의 망언이 나오고 이에 대해 한국지도층이 부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반일(反日)과 혐한(嫌韓)의 감정적 악순환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일부 일본지도층의 망언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를 사려깊게 대처해나가는 일이다.

작년 한일양국 정부간의 합의문은 과거사와 관련된 망언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각료를 포함한 책임있는 일본정치인들이 망언을 하면 합의문의 정신에 따라 이를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나 개인적으로 자기나름의 역사해석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것까지 공식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한·일관계는 국민감정보다 국가이익에 역점을 두고 쟁점들을 외교교섭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경제문제는 시장의 원리에 맡기고 안보문제는 두나라가 국가이익의 상호존중의 견지에서 협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문화교류는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 다방면에 걸쳐 광범하게 전개될 것이다. 한일간에는 지금까지 전쟁, 식민통치, 그리고 평화시기를 겪으면서 수많은 인간의 왕래가 있어왔고 최근엔 연평균 300만명의 인적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두나라가 좋은 일, 뜻있는 일을 공동작업으로 달성한 경험은 별로 없다.

이를테면 한일 문화유산 5000년전(展)과 같은 것을 공동으로 개최해 볼 만하다. 시기에 따라서는 한국과 일본을 구별하기 힘들만큼 유사한 문화유산이 등장할 것이며 어느 시점부터는 일본문화의 개성이 뚜렷이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전시회를 통하여 두나라 국민은 일본문화의 뿌리와 함께 한일간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일 두나라는 다같이 유교를 받아들이면서도 과거제도를 채용하지 않았던 일본이 무사(武士)국가의 길을 걸어왔고 한국은 과거제도를 바탕으로 문인(文人)정치의 노선을 택한 것은 두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낳게 한 좋은 잣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 한일 두나라는 문화의 공유에 대한 친근감과 함께 문화적 이질성에 대한 상호이해의 수준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은 두나라 역사에서 다시 맞이하기 어려운 거대한 공동사업이다. 공동개최를 하다보면 긴장과 오해도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동아시아의 두 문명국가의 화합과 연대를 양국국민은 물론 세계만방에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새천년을 맞는 한일관계의 신선한 출발은 금후 3년안에 전개되는 각종 사업에서 두나라가 얼마나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

/최상용(고려대 교수·아세아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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