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선자금 은닉·유용 의혹설이 또한번 휘몰아쳤지만 한나라당은 뜻밖에도 차분했다. 지난달 30일 당이 발칵 뒤집혔던 것과 비교하면 무덤덤하다고 표현해도 괜찮을 정도다. 이날 또다시 거명된 김태호(金泰鎬), 박성범(朴成範)의원이 해명서, 또는 전화로 『사실 무근』이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했을 뿐이다. 대변인 성명도 나오지 않았고 특별대책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두번째 매여서 아픔이 덜하기도 했겠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탓으로도 보인다.세풍(稅風)을 비롯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보는 한나라당의 시각은 한결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회창(李會昌)총재 거꾸러뜨리기」를 목적으로 기획됐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날 「검찰의 흘리기」가 전날 이총재의 기자회견에 대한 되치기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이총재는 전날의 기자회견에서도 『검찰이 정치권력의 도구가 돼 편파적 사정을 자행하고 있으며 야당 대선자금만 수사하는 등 정치보복을 서슴지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세풍을 비롯한 대선자금에 대한 일련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거명 의원들은 물론이고 이총재, 또한 도덕성에 치명타를 맞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안.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형편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우회로가 막혀 정면 대응밖에 길이 없다. 여권은 퍼내도 퍼내도 끝이 없는 화수분을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총재는 지난달 의혹설이 나온 직후 자신의 대선자금과 함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선자금을 특검제로 낱낱이 밝히자고 제의했다. 폭발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뇌관을 제거해야 한다는 판단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이총재는 대선자금 공동조사카드를 다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김대통령의 비자금 재수사를 다시 촉구하는 등 대규모 맞불작전을 펼 기세이다.
한편 전날 긴급 구성된 「야당후원금 불법사찰규명특위」 소속의원 4명은 이날 검찰의 당 후원회 계좌추적과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던 서울지방법원과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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