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총리의 복잡한 심사를 보여주듯 총리실은 요즘 조용하다. 마음이 편치않으면 말수가 더욱 적어지는 김총리여서 간부들도 덩달아 침묵하고 있다. 김용채(金鎔采)비서실장이 자민련 내부사정 등을 보고할 때도 김총리는 내내 듣기만 할 뿐 가타부타 말이 없다고 한다.한나라당이 10일 국회에 제출한 총리해임건의안 역시 비서실 어느 누구도 보고를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 간부는『좋은 일도 아닌데 굳이 보고할 필요가 있느냐. 우리가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사안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총리는 수해복구를 챙기는데 열심이지만 자민련의 내우와 총리해임건의안으로 칼끝을 바짝 벼른 야당이 가만둘리없다. 총리실의 한 간부는 『어떡하다 이렇게 일이 꼬였는지 모르겠다』며 『내각제개헌유보도 「대의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생각과는 달리 JP를 사면초가로 몬 판도라의 상자가 됐다』고 허탈해 했다. 자민련과 국민회의에서는 해임건의안공세에 맞서 본회의장 집단퇴장 등 구체적인 행동방안까지 나오지만 김총리로서는 어떤 식이든 스타일을 구기는 일이다.
김총리를 겨냥한 야당의 본격공세는 새 정부 출범직후 총리인준에 동의하지 않았던 때에 이어 두번째지만 상황은 판이하다. 김총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연내 내각제 개헌을 고집, 공동여당의 축을 무너뜨리자는 말이냐』고 여론을 달래보려했지만 정작 집안식구인 자민련조차 설득하지 못했다.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했던 당내반발은 좀처럼 고삐가 잡히지 않고있다. 김용환(金龍煥)부총재에 이어 강창희(姜昌熙)총무 등 핵심측근들이 잇달아 당직을 사퇴했고 충남·대전권의원들 사이엔 「독자노선」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충청권의 한 자민련 의원은『1년도 남지않은 총선을 생각하면 야당의 총리해임건의안제출은 걱정거리도 못된다』며『JP는 총선직전 충청권에 한번 더 호소하면 일이 풀 릴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이나 충청권의 돌아가는 사정이 결코 만만한게 아니다』고 말했다. 잠잠했던 당조기복귀론 등이 새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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