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개장휴업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사자」세력이 자취를 감춰 사실상 거래가 마비된 가운데 「부르는 값(호가)」위주로 가격이 형성, 금리가 수직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대우사태 해결지연이 원인
대우사태의 해결지연과 일부 투신사들의 유동성부족이 맞물리면서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감독당국의 창구지도에도 불구, 「내돈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개인 및 법인들의 수익증권 환매요구가 계속되면서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이달들어 닷새만에 2조470원이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일부 투신사들은 현재 유동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결국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회사채를 집중 매각하고 있다.
반면 채권을 사줘야 할 은행과 우량 투신사들은 회사채 매입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 실제 9일 모 투신사가 환매자금확보를 위해 2,000억원 어치의 채권을 시장에 쏟아냈으나 소화된 물량은 불과 500억원에 불과했다. 대우채권 아닌 일반채권조차 매입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대우문제가 남아있는 한 환매요구는 계속될 것이고, 자금사정이 나쁜 투신사들이 계속 채권을 내다팔면 금리는 더 치솟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 신뢰회복이 급선무
그대로 둘 경우 두자리수 진입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당국이 「시장개입」에 나설 경우 단기적으로는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정부는 현재 유동성 애로에 처한 투신사에 투신안정기금과 증권금융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 투신사들이 채권을 쏟아내지 못하도록 창구지도 은행과 우량투신사에 회사채 매입을 위한 지도 최악의 경우 중앙은행 발권력 동원 등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론 금리상승기류를 근본적으로 제압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반응이다. 우선 금리폭등을 막으려면 투신사 채권매매기능이 회복되어야하는데 이를 위해선 환매사태로 대변되는, 투자자들의 불신감부터 없어져야 한다는 것. 그러나 투신사 신뢰가 복구되려면 20조~30조원에 달하는 투신권의 대우여신에 대한 해법이 먼저 도출되어야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투신권의 대우여신을 털어주든지, 아니면 원칙대로 부실을 투신사와 투자자들이 떠안게 하든지, 투신사의 대우여신 처리방침이 확실하게 제시되어야만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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