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려 두었던 난자를 이용한 아기가 국내에서 처음 태어났다.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윤태기(尹泰基)·정형민(鄭炯敏)교수팀은 유리화(琉璃化) 난자동결법을 이용해 임신에 성공한 김모(30)씨가 7일 오전 2.9㎏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고 10일 밝혔다.동결 수정란에서 아기가 태어난 적은 있지만 난자의 경우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이며, 특히 유리화 난자동결법을 이용한 경우는 세계 최초다. 인간생명이 시작되는 세포인 수정란을 동결할 경우 생존율이 40~60% 정도에 불과, 그동안 살인행위라는 윤리적 비난이 거셌다.
유리화 난자동결법은 난자를 겔(gel) 상태에서 초급속으로 얼려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임신성공률이 수정란 동결법보다 훨씬 높은 게 장점.윤교수는 『난자는 80% 가량이 물이어서 얼면 부피가 늘면서 조직이나 세포가 파괴되므로 급속 냉동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사회활동으로 출산을 미루고 있는 여성이나 조기 폐경의 위험이 있는 여성, 난소암 백혈병 등으로 난소기능의 상실이 우려되는 여성이 미리 난자를 얼려 두었다가 필요할 때 임신에 이용할 수 있다. 정교수는 『항암치료를 받는 여성은 난자 동결만이 임신을 가능케하는 거의 유일한 기술』이라며 『간이나 각막, 피부 등 뇌사자의 장기를 얼렸다 해동시켜 이식에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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