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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16) 보부아르의 '제2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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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16)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입력
1999.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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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수컷」을 조롱했다』49년,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되자 알베르 카뮈는 즉각 개인성명을 발표,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바티칸 교황청은 즉시 이 책을 금서목록에 올렸고, 카톨릭 신자였던 작가 프랑스와 모리악은 「포르노」라고 혹평했다. 좌파들마저 여성해방은 계급해방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며 보부아르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거센 비난과 혹평은 「남자」들만의 것이었다.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키워지는 것」이라는 보부아르의 도발적인 선언에 당대 여성들은 출간 1주만에 2만부가 팔려나갈 만큼 열렬한 호응으로 화답했다.

『보부아르의 사상은 무기가 되고 현실이 되어, 여성들은 사회적 역할을 열망하며 대학에 등록하고, 모든 직종의 직업의 요구하게 되었다』고 프랑스의 저명한 여성학자 미셸 페로는 보부아르와 그의 「제2의 성」이 미친 영향을 요약했다. 「제2의 성」은 현대 여성해방운동의 도화선이자, 강령이 되었다.

「제2의 성」은 신체적 조건, 역사, 신화 등 다양한 이론적 관점에서 여성을 고찰한 1권과, 유년기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 여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억압되는가를 살핀 2권으로 나뉜다. 정신분석과 유물론, 창녀·레즈비언·노년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성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백과사전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책의 기본 명제는 「여성은 남성을 주체로 한 문명에 의해서 「타자」이자 2차적인 존재로 취급되는 존재이다」라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주체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생물학적 조건 따위가 아니라 남성 중심으로 조직된 사회·문화적 조건과 여성 특유의 존재상황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사노동은 물론 출산마저도 본질적인 가치가 아닌 반복적인 소모적인 단순 재생산이며, 여성의 열등성은 이러한 노동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보부아르의 급진적인 관점은 향후 여성해방운동 진영 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60년대 중후반부터 들불처럼 번져간 미국, 프랑스 등의 다양한 여성해방운동은 어느 것이나 보부아르에 대한 찬반결정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정했을만큼 그 영향력은 막강했다.

보부아르는 「자기보다 완전하고, 자기와 닮은 사람」인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과 피임·낙태 합법화 운동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온몸으로 살아내고, 증명해 보였다. 86년, 그는 치열했던 한 생애를 쓸쓸히 마감했다. 98년 미국의 「타임」 지는 20세기에 인간의 삶과 정신을 바꿔놓은 10대 논픽션 저서 중 한 권으로 「제2의 성」을 헌정, 이 위대한 「여성」에게 경의를 표했다.

황동일기자

do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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