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폐막된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4자회담 6차 본회담은 4개월전에 열린 5차 본회담과 거의 닮은 꼴이었다.분과위 구성 등 운영의 틀이 마련된 후 두번째 열린 실질논의의 장(場)이어서 최소한의 실마리를 찾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출발했으나 끝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남북한 대표들이 웃으며 농담을 나눌 정도로 자유롭게 실질문제에 대한 토의가 이뤄졌다』(우리측 회담 관계자)는 회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진전을 위한 전기나 돌파구가 열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의 당면목표인 「세부의제 선정」에서 아무런 결과도 이끌어 내지 못했다. 단 한 건이라도 의제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랐던 우리측의 기대는 지난번 회담에 이어 또다시 무산되고 말았다.
기대를 모았던 「평화체제 분과위」에선 북한측이 평화협정 체결문제에 다소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는 듯해 한때 활기를 띠었으나 구체적이고 깊이있는 단계로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 회담 관계자의 표현대로 「윤곽의 변죽을 울리는 선」에서 그쳤다. 평화협정 체결 방안과 관련, 먼저 협정 당사자(북·미)를 결정한 후 내용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북한이 이번에는 동시 병행논의를 수용할 것처럼 감질나게 운을 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나마 현재로선 전략적 선회인지 전술적 위장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태다. 우리측이 이번에 평화협정이 아닌 평화합의서의 체결을 제의한 것과 상관관계가 있는 지도 불투명하다.
「긴장완화 분과위」에선 여전히 양측간에 동어반복이 되풀이되며 깊은 골을 좁히지 못했다. 우리측은 군사당국간 직통전화 설치 등 현실적으로 용이한 사안부터 해결해 나가자고 거듭 제의한 반면 북한측은 이른바 「근본적인 문제」, 즉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선결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기존 노선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4자회담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다시 제기했다. 회담이 개시된 지 만 2년째를 바라보고 있음에도 합의 의제조차 전무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안정의 긴박한 변수들은 4자회담의 테두리밖에서 별도 채널에 의해 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5차회담은 금창리 핵의혹, 이번 회담은 미사일 추가발사문제를 둘러싼 북·미양자협의의 그늘에 가리워졌다. /제네바=송태권특파원 songtg@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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