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을 예고한 국민회의가 바야흐로 「군웅할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신당 창당과정에서 경쟁자들보다 한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내닫기 위한 당내 중진들의 각개 약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경합 양상은 16대 총선을 넘어 차기 구도까지를 염두에 둔 측면도 있어 물밑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는 자못 팽팽하다.우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이만섭(李萬燮)총재대행과 다양한 색채를 자랑하는 부총재 그룹의 발빠른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이대행측의 목표는 총재대행에서 명실상부한 당 대표로 이동하는 2인자 「굳히기」다. 이대행이 신당의 지도체제가 총재-대표-최고위원제가 될 것이란 다소 성급한 전망을 내놓은 것도 은연중 이같은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행 측근들은 벌써부터 신당 대표의 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수성(李壽成)민주평통수석부의장의 효용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영남 인사인 이대행외에 대안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목표는 조금 다르지만 부총재들간의 경쟁은 훨씬 노골적이다. 전국정원장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이종찬(李鍾贊)부총재는 12일부터 대전,광주,대구,부산 지역을 잇따라 방문한다. 지역 민심파악과 현지의 영입인사 물색을 통해 보다 큰 틀의 포석을 해나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대선후보 단일화의 주역이었던 한광옥(韓光玉)부총재는 자신의 입지를 자민련과의 관계에서 다시 찾으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혁인사의 영입과 관련해서는 김근태부총재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미 경남도지부장 자리를 내놓고 부산 지역구 출마를 공언하고 있는 노무현(盧武鉉)부총재는 부산에서의 승리가 곧 차기 구도의 선점이라며 부산·경남지역 인사를 두루 접촉하고 있다.
상임고문직을 고사하면서 정중동(靜中動)을 유지하고 있는 이인제(李仁濟)당무위원측은 그러나 본심까지 감추지는 못하고 있다. 측근들은 『상임고문직 제의는 조로시키겠다는 의도』『신당창당때 새술을 헌부대에 담으려고 하느냐』며 「대표」직에 대한 희망을 내비치고 있다. 방향은 좀 다르나 조세형(趙世衡)·김영배(金令培)·김원기(金元基)상임고문과 권노갑(權魯甲)고문등도 실지및 명예회복 차원에서 발걸음을 빨라지고 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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