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국회 145호실에서 열린 자민련 의원총회가 「원내사령탑」을 뽑는데는 불과 몇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총무 후보가 이긍규(李肯珪)의원 한 사람에 불과, 진짜 경선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관위원장을 맡은 박철언(朴哲彦)부총재는 『당헌·당규에는 후보자가 1인이면 무투표로 당선을 결정하도록 돼있다』고 소개한 뒤 『만장일치 박수로 이의원을 총무로 선출하자』고 제의했다. 대다수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으나 분위기는 썰렁했다.자민련이 지난해 3월 의욕적으로 총무 경선제를 도입, 실시했을 때와는 딴판이다. 물론 자민련은 이번에도 선관위를 구성하는등 형식은 갖췄다. 하지만 당지도부가 실제로는 경선을 빈껍데기로 만들었다는 비판론이 만만치 않다.
지난 6일 선관위가 구성되기 직전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박태준(朴泰俊)총재께서 이의원을 후임 총무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당직자도 『김종필(金鍾泌)총리도 같은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김심(金心)」과 「박심(朴心)」이 이의원쪽에 있음을 미리 선언한 셈이다. 이 때문인지 총무 출마를 저울질하던 의원들은 『사정이 달라졌다』며 슬그머니 발을 뺐다.
이에앞서 지난달 13일 국민회의 의총에서도 5분여만에 신임총무가 탄생했다. 이만섭(李萬燮)총재대행이 『특검제등 현안이 산적한데 총무와 법무장관을 지낸 박상천(朴相千)의원이 어떠냐』고 묻자 의원들은 박수로 이를 추인했다.
두여당의 총무 경선이 유명무실화하는 것을 보면서 상당수 의원들은 『그나마 여당내에 남아있던 민주적 선거 절차마저 사라져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여당은 말로만 「21세기형 새정치」를 외치지 말고 주어진 민주절차나마 제대로 지켜야 한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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