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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가난했던 시절의 희망 되짚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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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가난했던 시절의 희망 되짚기

입력
1999.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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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못 살기로 작정한다면(송지헌 지음·열음사 발행)뜻하지 않은 빗줄기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한 주였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짧은 휴가의 한 끝에서 바라보면서 작년 여름도 이랬는데, 다시 또 재난을 당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했다. 마른 장마가 다 지나갔다는 일기예보를 들은 것도 같은데, 웬 난데없는 물줄기가 쏟아지는 걸까, 무력하게 하늘을 한참 쳐다보았다.

수재민의 상황을 바라보며 새삼 우리가 살아왔던 가난의 시간들, 곤궁한 날들에 대해서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지난 60~70년대의 가난은 우리들을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과 적극적인 삶의 선택 쪽으로 떠밀어온 의미있는 가난이었다. 다같이 가난했었다고 추억하면 기억의 지나친 장난일까. 특별히 풍족했던 이웃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에 비해 요즈음의 가난은 확실히 사회 구조의 문제이다. 특히 구제금융 사태 이후의 현실은 가난한 사람들을 희망 쪽에서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인기 아나운서로 거의 날마다 브라운관에서 만날 수 있는 송지헌 씨의 자서전은 뜻밖에도 그 자신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가난」의 의미에 대한 담론에서부터 시작된다. 그의 메시지는 간명하지만 의미는 되새길 만하다. 우리가 세월이 흐른 뒤 잊어버렸던 삶의 지순한 의미들을 이제는 차분하게, 제대로 한번 평가해보자는 것이다. 혹시 우리가 목욕물을 버리면서 우리의 아이들까지 같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런 가난에 관련된 이야기들 속에서 도출되는 반성적인 성찰은 방송가 곳곳의 이야기,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뉴욕 등지의 이민 생활을 술회할 때 더 빛을 뿌리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충동적으로 생각하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이민. 송지헌씨는 그 이민 시절을 생살을 꿰매는 아픔의 시간들이었다고 고백한다. 그 아픈 생 체험이 인기인의 삶에 서늘한 그늘과 깊이를 더했으리라.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사는 사람이면서 또한 성경에서 말하는 바, 마음이 가난한 사람으로서 복받는 이치를 잘 보여준다. 제목이 좋아 별 생각없이 집어든 책 속에서 뜻밖의 상념들을 만나고 적지않은 위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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