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가 8일 오전 갑작스럽게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했다. 이총무의 전격적인 「상도동행」은 9일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사전정지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앞뒤 가리지않고 강도높은 3김정치 청산을 주장하다 자칫 김전대통령을 자극할 수도 있는 터여서 이총무를 「특사」로 보내 이총재의 「진심」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총무는 이 자리에서 『DJP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단일 거대여당을 구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중심으로 반(反)DJP전선이 하나가 되어 총선을 치러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전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반DJP전선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강한 야당이 되어야 한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이총무가 이에 『당이 꿋꿋하게 설 수 있도록 방풍림이나 후견인이 돼달라』며 재차 「SOS」를 보냈으나, YS는 『민주산악회 활동은 DJP장기집권 음모와 독재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만 말했을 뿐 끝내 시원한 답을 주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같은 상황은 이총재가 안고 있는 「3김청산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역적 기반이 없어 오직 3김 청산을 정치적 디딤돌로 삼아야 하는 이총재는 정작 3김의 하나인 YS에 발목이 잡혀있는 형국이다.
이총재가 5일 3김정치 청산을 외치며 모처럼 YS에 칼을 빼들었다가 곧바로 이튿날 「정면충돌」을 피해 슬그머니 다시 칼집에 집어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YS와의 전면전은 잘못하면 부산지역 민심을 자극, 부산 민주계 의원들의 대거이탈로 이어지는 등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한편 이같은 「이총재의 딜레마」를 놓고 당 안팎의 비판여론도 만만치않다. 『1김(김영삼전대통령) 청산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3김청산에 나서겠느냐』는 따가운 시선이 바로 그것. YS가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서서 「남」이 되기 전까지 이같은 딜레마는 이총재를 계속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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