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내각제 강경파들이 요즘 「중부권 보수신당」창당 밑그림을 분주하게 그리고 있다. 당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진로를 놓고 장고해온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와 이인구(李麟求)부총재는 최근 신당 창당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초 자민련 지도부가 조기에 공동여당 합당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당 간판 사수투쟁에 주력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합당 움직임이 예상보다 늦어진데다 대전 지역의 리더격인 강창희(姜昌熙)의원이 총무직을 사퇴한 것을 계기로 탈당후 독자 세력화를 추진하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이르면 9월초 신당창당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김수석부총재와 이부총재는 우선 강전총무와의 결속을 강화, 「충청권 3각축」을 형성한 뒤 내각제 강경파 의원 10여명을 재결집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또 기업인 등 각계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부총재는 이미 16대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각계 인사들과 물밑접촉을 해왔다. 이와관련 김부총재가 최근 두차례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회장과 만난 것도 주목을 받고 있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두 사람이 단순히 대우그룹 부채 처리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만났다는 얘기도 있지만 새로운 정치결사체 구성문제가 거론됐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한나라당 중부권 출신 민정계 인사들과 연대하는 방안도 검토된 끝에 이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정리됐다는 후문이다. 경우에 따라 총선때 전술적으로 연대할 수도 있는 한나라당을 자칫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민련 신당 창당파들은 한나라당 수도권 중진중 두 L의원, C전의원 등과 손잡기를 바라고 있다.
신당의 지도체제는 집단지도체제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부총재는 최근 『새천년을 맞아 정당 운영에서도 「3김정치」식의 수직적 위계질서의 사고를 탈피해 원형적 리더십, 집성적(集成的) 리더십, 컬렉티브 리더십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개혁적 보수, 3김청산 등의 정치노선을 내세우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데, 김부총재는 유럽방문에 나서기 직전 『3김청산이 아닌 새로운 용어를 개발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자민련에서는 이같은 독자세력화 움직임에 동조하는 인사가 그리 많지 않아 신당창당이 성사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내각제 강경파 활동을 해온 이원범(李元範) 이재선(李在善) 조영재(趙永載) 이상만(李相晩)의원 등은 친(親)「3인방」쪽이지만 여전히 관망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처럼 당안팎의 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강경파들은 9월 전당대회에서 김부총재 등을 내세워 당권에 도전하는 카드도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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