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실무위원회가 마련한 양형기준을 두고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또 하나의 「형사법전」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민들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 재판부들이 서로 다른 형량을 선고하는 경우를 보면서 사법부에 심각한 불신감을 나타내 왔다. 특히 정치인이나 재벌 등 권력층의 수뢰사건 등에서 국민의 법감정과 다른 처벌이 내려질 때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허탈감은 더욱 깊어진게 사실이다.사법부는 이같은 국민불신을 막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양형은 판사의 신성불가침한 고유권한이라는 자세에서 탈피,「국민들이 예측 가능하도록」 양형기준을 제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살인 동기가 비열하고 치밀한 사전계획이 있으며 범행수단 또한 잔인하고 반성의 빛도 없는 경우에는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충동적인 범행이고 피해자도 잘못이 있을 경우 통상 징역 7~10년이 선고되고 있다. 친족의 학대 또는 심한 모욕에 격분, 범행을 저지렀을 때는 집행유예도 인정된다.
◇강간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무차별적 범행, 연예인의 매니저가 연예인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강간한 경우, 가족 앞에서의 범행 등은 가중 처벌한다. 피해자가 이전에 범인과 성관계를 가졌다 해도 감경사유가 안된다.
◇강도 급박하지 않은 경제적 이득을 위한 범행 등은 가중처벌하고 가족의 곤궁한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범행 등은 감경한다. 취객 대상의 아리랑치기는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양형에 가중한다.
◇상해·폭행 피해자와의 합의여부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구분하는 결정적 기준이라 해도 본질적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 술에 취해 통제력을 잃고 폭력을 행사한 경우 죄를 감경할 수 있으나, 술만 취하면 이성을 잃는 버릇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음주 폭행한 경우 오히려 가중된다.
◇뇌물 뇌물죄의 양형은 종래보다 상향 조정돼야 한다. 특히 수뢰자가 뇌물을 적극 요구한 경우, 뇌물수수 수법 등에 비춰 그것이 구조적 비리의 편린인 경우에는 아무리 뇌물액수가 적다해도 과감하게 실형을 선고한다.
◇사기·횡령·배임 실제 피해액수가 많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통사고 치사사고는 원칙적으로 실형을 선고한다. 치상사고는 피해자와 합의가 된 경우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하나 치명적 상해, 무면허나 음주운전의 경우에는 실형이 바람직하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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