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손(孫)회사 산업할부금융이 대출규정을 어겨가며 부실기업에 100억원 이상을 부당대출하고 이에 항의하는 임원의 사무실을 폐쇄, 출근을 저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모회사인 산업캐피탈은 내부감사에서 이같은 비리를 적발하고도 미온적인 조치에 급급하는데다 조(祖)회사격인 산업은행조차 부당대출에 항의하는 임원의 퇴직을 종용하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감독당국은 그러나 인원 부족을 이유로 설립 후 단 한차례도 이 회사를 검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국책은행 자회사에 의한 세금 누출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지적됐다.
8일 본사가 단독 입수한 산업은행 자회사 산은캐피탈(산업할부금융 모회사)의 내부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할부금융은 신용등급이 투기적등급(B-)인 D사에 어음을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지난 해 3월12일부터 5월21일까지 102억원을 대출했다. 산업할부금융은 담보도 제대로 잡지 않고 대출부적격 기업에 동일인 여신한도를 초과해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97년 7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건설업체인 K사의 부실징후를 감지하고서도 「사장 추천」으로 10억9,000만원을 대출해 준 뒤 부도가 나는 바람에 돈을 떼이게 됐다. 산업할부금융측은 그러나 경고를 받고서도 부도난 K사에 25억원을 새로 대출해 주려다 새로 부임한 부사장이 결제를 거부하자 지난 주부터 사무실을 폐쇄,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부사장은 지난 주 초부터 일주일째 사무실 앞 복도 의자로 「항의출근」을 계속하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내부감사보고서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만큼 (관련임직원의) 공동변상 및 문책이 마땅하다』고 지적하고서도 관련 임직원을 단순 경고 조치하고 이달 말까지 변상토록 하는등 미온적인 조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측도 부실대출 결제를 거부하는 부사장에게 『조용히 해결하자』며 퇴직을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할부금융은 부채비율이 557%에 달하고 부채가 매출액보다 많은 부실기업에 46억원을 빌려주고 사장 친인척에게는 무담보 주택할부대출을 해 주는 등의 대출규정을 무시한 부실대출로 부실채권액이 2,78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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