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성 교황, 소설로 복원되다.『조안, 여자애가 읽고 쓴다는 건 위험스러울 뿐 아니라 부자연스러운 일이야』 조안은 그러나 참으로 특이한 아이였다. 호기심도 너무 많고, 결단력도 강하고, 자기 확신도 강했다.
다름 아닌 서구 문명의 암흑기 중세 미국에 그런 여인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주위로부터 튀지말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귀에 못이 박혀라 들으며 자랐으나, 마침내 교황이 된 조안(814~855년). 「여교황 조안」은 그의 숨겨진 삶을 두 권에 걸쳐 생생하게 재구한다.
인습의 질곡을 교묘히 헤쳐나가는 모습, 신분과 성(性)을 숨기고 들어간 수도원에서 닦은 의술로 교황의 주치의가 되는 과정, 어느 백작과의 위험한 사랑 그리고 임신, 신분의 탄로 등 온갖 역정이 손에 잡힐 듯 그려져 있다.
책에는 중세 교회 6백년 동안 행해졌던 해괴한 풍습, 「셀라 스테르코라리아(변좌)」의 사진이 참고자료로 나와 있어 독자의 눈을 끈다. 변기처럼 중간이 뻥 뚫린 의자다. 새로 교황에 선출된 사람은 거기 앉아 시험관에게 자신의 생식기를 보여줌으로써, 남성임을 확인받게 하던 교회용품이었다. 남자임이 확인되면, 엄숙히 울려 퍼지는 말. 『마스노비스 노미누스 에스트!(우리가 지명한 이 분은 남자입니다)』
에두아르트 푹스의 명저 「성과 풍속의 사회사」에서 맛본 역사뒤집기의 후련함이 되살아난다. 거기에다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소설적 상상력과 유려한 문장력이 보태졌다. 미국의 여류 영문학자 도나 크로스가 7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한 소설이다. 예담刊, 상·하 각 7,800원.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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