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인기를 먹고 살때 우리는 투지만 갖고 묵묵히 훈련해왔습니다』.우리나라 남자 필드하키의 국가대표 산실인 성남시청 남자하키팀. 13명중 5명이 국가대표고 나머지 8명도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다. 96년 애틀란타올림픽때는 엔트리 16명중 12명이 성남시청 소속일정도였다.
성남시청 하키팀은 올해 전국춘계리그와 챔피언스트로피대회에서 우승했고 이달 있을 종별선수권만 제패하면 전관왕에 오르게 된다. 지난해도 전국체전(격년출전)과 춘계리그를 제패하며 2관왕을 달성하는 등 92년 팀이 창단된 이후 매년 국내 3개 대회중 2∼3개 대회를 휩쓸어 왔다.
실업팀이래야 3개(국군체육부대포함)뿐이지만 성남시청 하키팀이 이처럼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오기와 자부심이 함께 작용하는 탓인지도 모른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 인기정상을 구가하는 종목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지만 당당히 세계랭킹 4위로 올림픽 메달권에 근접해 있다는 자부심. 뼈빠지게 운동해도 팬레터 한장 받아보지 못한다는 비애는 이들을 오히려 똘똘뭉쳐 운동에만 전념하게 만들었다.
『이승엽같은 인기는 언간생심이지요. 그러나 한번도 하키를 시작한데 대해 후회해본 적은 없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외국에서 알아주니까요』. 성남시청 하키팀 주장겸 코치를 겸하고 있는 구진수(32)의 말이다. 구는 국가대표 경력 10년으로 국제경기 경험만 190경기로 국내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사실 국내 하키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네덜란드나 스페인처럼 클럽식 운영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국제경기를 치를수 있던 성남하키장마저 올해 축구장으로 바뀌어버렸다. 스탠드에 1㎙너비의 기둥이 서 경기장이 잘 보이지도 않는 성남보조구장에는 남녀국가대표 주니어대표들이 수시로 훈련, 성남시청팀이 실전연습할 시간도 부족하다.
이렇듯 열악한 조건하에서도 90년대초 세계랭킹 8위에서 올해 4위로 올라선 것에 대해 세계는 의아해하고 있다.
/ 이범구기자 lbk121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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