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쉬리」가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지 5개월만에 「용가리」도 어제(6일) 그 선을 넘었다. 매해 여름이면 할리우드 대형 액션물이 극장가를 점령했으나, 올 여름은 사정이 다르다. 「용가리」를 필두로 우리 액션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유령」등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스크린 쿼터제(한국영화 상영일수제) 축소문제로 영화인들이 잇따라 삭발투쟁에 나서고 있는 와중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용가리」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관심을 모았던 가족용 공상과학영화다.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만든 이 영화는 서울 강남과 한강, 동평화상가 등을 무대로 영어대사에 미국 배우와 성조기가 등장한다. 외계인이 출현하고 용가리의 성격이 착하게 바뀌면서 다른 괴수를 무찔러 평화를 되찾는, 비교적 단순한 내용이다. 「용가리」를 제작하며 「신지식인」 칭호까지 받게된 심형래씨는 『어린이와 외국 관객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용가리」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가 화면합성장비나 3차원 입체영상 제작장비, 필름 스캐너 등 최첨단 장비로 제작하는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점이다. 첨단장비를 이용해 높은 영상적 완성도와 실험성 추구에 성공한 것이다. 이 점은 관객동원에 성공하고 있는 「인정사정…」 「유령」도 마찬가지다. 「쉬리」에 고무된 역작들이 계속 성공하며 영화산업의 앞날을 밝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용가리」의 경우 극장 앞에서 용가리 캐릭터와 가방, 시계 등 액세서리까지 판매함으로써 할리우드식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당초 의도했던 대로 「용가리」의 최종적 성공 여부는 해외수출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영화사측은 칸 영화제에서 270만 달러의 선매계약을 체결했고, 일본과 15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으며, 미국 메이저 영화사와도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밝히며 성공을 낙관했다.
스크린 쿼터제 문제로 영화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쉬리」 「용가리」등이 한국 영화의 도약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기쁜 일이다. 절박한 처지에서 안일한 제작자세를 버렸을 때, 우수한 영화가 생산된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스크린 쿼터제는 문화적 측면과 통상적 측면, 국가간의 관례 등이 고려돼야 하는 복합적인 사안이다. 한국영화들의 잇단 성공은 스크린 쿼터제 논의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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