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개혁 법률안이 국회에서 6개월째 낮잠을 자고 있다.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규제개혁 법률안은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공중위생관리법 체육시설설치이용법 등 18개.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행정규제 철폐와 관치금융 소지가 있는 조항삭제, 민간부문 경쟁촉진 등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3월 임시국회때 정부가 제출한 이들 법률안은 임시국회에서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관련 규제의 연내 철폐가 불가능한 실정.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 관계자들은 『국회 분위기로 볼 때 정기국회에서도 처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내심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내년초에는 국회에서 법안심의가 사실상 불가능해 결국 이들 법률안들은 15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공산이 커졌다는 것.
이렇게 되자 규제철폐를 기다리던 당사자들은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증권거래법은 증권거래소 이사장과 증권예탁원 사장 선임시 재경부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을 삭제, 순수민간기관 인사에 정부의 간여소지를 없앤다는 취지다. 선물거래법도 선물거래소 이사장의 재경부장관 승인권을 폐지하도록 했다.
공중위생관리법은 공중위생 영업소개설이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만큼 사업자가 기초자치단체장에게 통보토록 한 규정을 없앴다. 체육시설 설치이용법은 직장체육시설 의무설치규정 및 의무개방규정을 폐지, 기업체 부담을 덜어주도록 했다. 기업마다 생활체육지도자를 의무배치토록 한 국민체육진흥법도 같은 취지다.
국회가 이들 법안 심리를 「거부」하는 것은 행정부가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인식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들 법률안은 이미 지난해 정기국회에 상정됐던 것들로, 당시 국회는 심의과정에서 문제의 규제철폐 조항들을 되살리는 쪽으로 「손질」해 통과시켰다. 여기에 반발한 정부는 이들 법안을 그대로 3월 국회때 제출한 상태. 국회측은 『법안이 행정부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았다고해서 또 제출하는 것은 국회의 고유입법권한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심리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규제개혁 당국자는 『규제를 만든 행정부가 스스로 규제를 없애겠다는데 국회가 반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최소한 심의라도 개시해 규제철폐의 타당성에 대한 공론화절차는 밟아야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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