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편의주의가 실의에 빠진 수재민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수재 의연금」 모금 동참에 국민적 열기가 모아지고 있지만 정작 집행은 너무 늦어 의연금 모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또 지방 자치단체의 모금체계도 허술하기 짝이 없어, 엉뚱한 곳으로 돈이 새나갈 가능성도 적지않다.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기부금품 모집 규제법」상 수재의연금 모금창구는 복지부 산하 전국재해대책협의회로 일원화돼있다.
협의회는 중부 및 남부지방 집중호우로 3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신문·방송등 언론사와 지방자치단체등에 의연금 기탁모금을 의뢰, 2일부터 내달 1일까지 한달간 수재의연금 모금에 들어갔다. 이들 기관에서 모금한 돈은 모금 기간이 끝난후 협의회에 전달된다.
그러나 의연금이 협의회에 모이더라도 집행시스템의 경직성때문에 「귀중한 정성」이 100일 가까이 은행등에서 낮잠을 자야하는 실정이다.
수재 의연금은 중앙재해대책본부가 피해정도에 따라 배분 계획을 수립한 후 복지부가 최종 배분 액수를 결정, 각 시·도에 전달하는데,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이상이 걸리는게 보통이다.
이는 당국이 모금 기간을 너무 길게 잡는데다 각 시도 최종 피해집계가 늦게 통보되고, 의연금 배분절차 또한 복잡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총 683억원의 의연금(모금기간 8월7일~9월6일)이 기탁됐지만 3개월뒤인 11월이 되어서야 수재민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올초에 의연금을 집행한 자치단체도 있을 정도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집이 반파되는 피해를 입었던 이종상(李鍾相·39·경기 연천군 연천읍)씨는 『빚을 내 집 수리를 마친 11월중순께 군청에서 100만원을 보내왔다』며 『수재민들을 이렇게 우롱해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협의회 의뢰로 모금 접수를 대행하고 있는 자치단체의 모금 방법도 문제. 대다수 자치단체가 접수창구 하나만 갖춰놓고 감독자 없이 성금을 받고 있어 「사랑의 손길」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불안은 현실로 나타나 지난해 지방 모 자치단체 공무원이 수재의연금을 횡령했다가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서강대 김균(金均·신문방송학)교수는 『정부의 수재 의연금 운용 방식이 너무 구태의연하다』며 『정부와 자치단체간의 긴밀한 체계로 의연금을 적시적소에 사용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고 모금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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