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가 할퀴고 간 강원·경기북부 등 수해지역에는 5일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물밀듯이 밀려 들었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탁상행정과 피해액 조사절차 등의 이유로 인해, 이들 복구인력이 효과적으로 투입·운용되지 못하고 있어 수재민들에게 오히려 「분통」으로 작용하고 있다.800여㎜의 집중호우가 내린 강원 철원군 서면 와수1리 수해현장. 인근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마을 대부분을 70~80㎝ 깊이로 덮고 있지만 이날까지도 본격적인 응급복구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군청과 주민간에 피해액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서면에서는 삼성생명 자원봉사대 30여명과 LG전자 봉사대, 백골부대 장병 등 400여명의 인력과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동원됐지만, 정작 피해가 심한 와수1리 일대는 손을 대지 못한 것이다.
「단순 침수」로 취급해 피해액을 산정하려는 군청측과, 물만 찬 것이 아니라 오물 등 퇴적물이 쌓였기 때문에 「반파」로 처리해 달라는 주민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자원봉사단은 그저 발만 구르고 있었다.
복구작업 지원을 나온 백골부대 백모(29)대위는 『한시 바삐 퇴적물을 퍼내고 소독을 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단은 피해액 산정이 끝난 지역에서만 가재도구 물청소 등 간단한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각지에서 답지하는 구호물품도 식량과 옷가지 이불류 등에 한정돼 정작 복구작업에 절실히 필요한 마대와 장갑, 이재민 자원봉사자들이 임시숙소로 이용할 컨테이너 박스 등은 공급되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자제품 등을 복구할 전문인력도 모자랐다. 경기 연천군 미산면 이모(48·여)씨는 『자원봉사단에 전자제품이나 보일러를 수리해줄 사람이 없어 불편이 많다』면서 『96년 수해 때에는 전자제품 회사 등에서 지원을 나왔는데…』라고 말했다.
연천군 청산면 주민 김영수(65)씨는 『분뇨차가 많지 않아 복구작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가전제품을 수리하는 자원봉사단도 겨우 한팀만 들어와 있을 뿐』이라고 불편을 호소했다.
경기 동두천시의 한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오고 대부분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서도 『닭이 집단폐사한 양계장 등 악취가 많은 곳에는 자원봉사자들이 투입을 꺼려 일손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4일 서울시 청소년 자원봉사센터 등에 수해지역에 대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토록 했으나, 정작 이들을 어디에 몇명을 보낼 지를 전달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청소년 자원봉사센터의 한 관계자는 『중앙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라는 지침을 받고 오늘 오전까지 50여명으로부터 신청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이들을 어디에 보내야 할 지 몰라 지침이 내려오는 토요일(7일)에나 수해지역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천군청 자원봉사센터 조용일(41)씨는 『사전에 연락없이 찾아온 중·고생들이 학부모와 함께 자원봉사 확인서부터 발급해 달라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일거리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철원=김태훈기자oneway@ 연천=김현경기자moore@hk.co.h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